◎“미는 「강대국 러시아」 인정하며 대화를”/러 지도층은 실용주의자… 전보다 협력 수월/경제개혁 지원 위주서 탈피,새 외교정책 시급
탈냉전 시대를 맞아 국제질서 재편과정을 거치면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과 새로운 강자를 꿈꾸는 러시아가 외교정책에서 심각한 불화를 드러내고 있다.미국 워싱턴에 있는 공공정책 연구소인 「평화와 자유를 위한 닉슨센터」의 디미트리 사임스 소장은 이와 관련,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기고한 「심각히 다뤄야 할 미러 불화」라는 글에서 미국 행정부에 새로운 대 러시아 정책수립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다음은 이 글의 요지.
지난달의 러시아 대선 드라마는 요즘 불거져나오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심각한 불화를 일시적으로 덮어주는 역할을 했다.
양국간의 불화는 미래세계의 정치체제나 미국과 러시아의 장래역할 등에 대한 견해차 수준을 뛰어넘는다.다시 말해 러시아는 국가적 동질성을 만들어가면서 점차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서방의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가 순종적인 입장에 서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들의 목적은 절대로 달성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몇몇 성명을 통해 『러시아 외교정책의 기본목적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유일한 초강국으로 행세할 수 있도록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더이상 서방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것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지 않고 있다.오히려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새로운 정책의 초점이 돼버렸다.
러시아는 노골적인 침략을 단행할 능력도,의사도 없지만 새로 독립한 다른 나라들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이같은 노력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지정학적 또는 지경학적 헤게머니를 잡으려는데서 비롯됐다.
나토의 확장문제는 또다른 논란의 대상이다.최근에 러시아가 발표한 몇개의 성명들은 러시아의 입장이 유연함을 보여주었다.나토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이 결국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여전히 나토의 확장시기를 연기시키고 나토의 새 회원국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맞춰져 있다.
보스니아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수일전 러시아는 유엔 전범재판소에 기소된 라도반 카라지치 등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들을 체포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는 또 중국을 미국의 견제세력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비난을 주권침해라는 이유로 일축했다.
러시아는 이란과 이라크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반대했다.오히려 이란에 핵원자로를 공급하는 한편 이라크에 대한 유엔제재를 철회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펼치고 있다.러시아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아랍이스라엘간의 논쟁에서도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쿠바는 과거와 달리 러시아의 새로운 독자성을 확보하는데 이익을 주는 존재로 떠올랐다.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곤란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지정학적인 가치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러시아의 대외무기 판매고도 요즘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국제 무기거래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비중은 94년까지만 해도 4%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17%로 늘어났다.게다가 러시아 관리들은 96년에는 무기판매고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랑스레 말하고 있다.이는 러시아제 무기가 성능이 나쁘고 사후관리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달리 무기를 사들일 방법이 없는 독재국가들이 러시아의 주고객이 돼주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미국은 러시아문제를 지나치게 극화해서는 곤란하다.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실용적인 사람들이다.그들은 서방과 이익을 나눠갖기를 원하고 있다.따라서 미국은 과거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나 안드레이 그로미코 시절보다 훨씬 수월하게 러시아와 협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미국의 이익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그은뒤 러시아 발전을 올바로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또한 부활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새로운 외교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예전처럼 어떻게 하면 러시아의 경제개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인가,또는 어떻게 하면 러시아로하여금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군축합의 사항들을 좇도록 할 것인가 하는 따위의 문제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옛소련 공화국들의 독립적 지위와 그들이 갖고 있는 천연자원을 보호한다거나 나토가 러시아의 간섭 없이 순조롭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일,또는 독재정권들을 다룰 기반 마련 등의 수단을 강구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제부터 러시아의 선거결과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새롭게 떠오르는 강대국인 러시아의 존재를 인정하는 바탕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미 닉슨센터 소장/정리=박해옥 기자>
탈냉전 시대를 맞아 국제질서 재편과정을 거치면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과 새로운 강자를 꿈꾸는 러시아가 외교정책에서 심각한 불화를 드러내고 있다.미국 워싱턴에 있는 공공정책 연구소인 「평화와 자유를 위한 닉슨센터」의 디미트리 사임스 소장은 이와 관련,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기고한 「심각히 다뤄야 할 미러 불화」라는 글에서 미국 행정부에 새로운 대 러시아 정책수립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다음은 이 글의 요지.
지난달의 러시아 대선 드라마는 요즘 불거져나오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심각한 불화를 일시적으로 덮어주는 역할을 했다.
양국간의 불화는 미래세계의 정치체제나 미국과 러시아의 장래역할 등에 대한 견해차 수준을 뛰어넘는다.다시 말해 러시아는 국가적 동질성을 만들어가면서 점차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서방의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가 순종적인 입장에 서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들의 목적은 절대로 달성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몇몇 성명을 통해 『러시아 외교정책의 기본목적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유일한 초강국으로 행세할 수 있도록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더이상 서방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것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지 않고 있다.오히려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새로운 정책의 초점이 돼버렸다.
러시아는 노골적인 침략을 단행할 능력도,의사도 없지만 새로 독립한 다른 나라들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이같은 노력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지정학적 또는 지경학적 헤게머니를 잡으려는데서 비롯됐다.
나토의 확장문제는 또다른 논란의 대상이다.최근에 러시아가 발표한 몇개의 성명들은 러시아의 입장이 유연함을 보여주었다.나토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이 결국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여전히 나토의 확장시기를 연기시키고 나토의 새 회원국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맞춰져 있다.
보스니아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과 러시아는 접근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수일전 러시아는 유엔 전범재판소에 기소된 라도반 카라지치 등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들을 체포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는 또 중국을 미국의 견제세력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는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비난을 주권침해라는 이유로 일축했다.
러시아는 이란과 이라크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에도 반대했다.오히려 이란에 핵원자로를 공급하는 한편 이라크에 대한 유엔제재를 철회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펼치고 있다.러시아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아랍이스라엘간의 논쟁에서도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쿠바는 과거와 달리 러시아의 새로운 독자성을 확보하는데 이익을 주는 존재로 떠올랐다.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곤란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러시아의 지정학적인 가치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하락세를 보이던 러시아의 대외무기 판매고도 요즘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국제 무기거래에서 차지하는 러시아의 비중은 94년까지만 해도 4%에 불과했으나 95년에는 17%로 늘어났다.게다가 러시아 관리들은 96년에는 무기판매고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랑스레 말하고 있다.이는 러시아제 무기가 성능이 나쁘고 사후관리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달리 무기를 사들일 방법이 없는 독재국가들이 러시아의 주고객이 돼주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미국은 러시아문제를 지나치게 극화해서는 곤란하다.러시아의 지도자들은 실용적인 사람들이다.그들은 서방과 이익을 나눠갖기를 원하고 있다.따라서 미국은 과거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나 안드레이 그로미코 시절보다 훨씬 수월하게 러시아와 협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미국의 이익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그은뒤 러시아 발전을 올바로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또한 부활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새로운 외교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예전처럼 어떻게 하면 러시아의 경제개혁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인가,또는 어떻게 하면 러시아로하여금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군축합의 사항들을 좇도록 할 것인가 하는 따위의 문제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옛소련 공화국들의 독립적 지위와 그들이 갖고 있는 천연자원을 보호한다거나 나토가 러시아의 간섭 없이 순조롭게 확장될 수 있도록 돕는 일,또는 독재정권들을 다룰 기반 마련 등의 수단을 강구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제부터 러시아의 선거결과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새롭게 떠오르는 강대국인 러시아의 존재를 인정하는 바탕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미 닉슨센터 소장/정리=박해옥 기자>
1996-07-1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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