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앞둔 여·야 손익계산(정가 초점)

개원 앞둔 여·야 손익계산(정가 초점)

진경호 기자 기자
입력 1996-07-03 00:00
수정 199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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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자제로 「새정치」 틀 마련­여/공조 가능성·캐스팅보터 위상 과시­야권/당리당략 치우쳐 3당 모두 이미지 손상

개원협상이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이는 곧 여야가 나름대로 대치정국의 손익계산을 끝냈고,아울러 각자 만족할 수준의 대차대조표를 손에 쥐었음을 뜻한다.지난 한달동안 국회를 겉돌게 한 대치정국에서 여야는 무엇을 얻고 잃었나.산적한 국정현안을 외면한 직무유기라는 국민적 비난 앞에서 여야는 득실을 입에 올리기 조차 꺼린다.하지만 정치는 현실,안으로는 셈에 바쁘다.

야당측이 이른바 「개원조건」을 제기함으로써 이번 대치정국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신한국당은 애초 얻을 것이 없었던 처지다.야당의 일부 요구를 수용한 것은 현실적으로 따져 실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신한국당은 이번 대치를 통해 법정 개원일 고수등 시종일관 법과 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무형의 득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날치기등의 무리한 독주를 애써 자제함으로써 신한국당 스스로 주창한 「새정치」의 선례를 남긴 것이다.과반수의석 확보시비가 계속되는 것을 막고 현재의석 비율로 순조롭게 상임위를 구성하게 된 점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민회의나 자민련은 상대적으로 많은 득과 실이 있어 보인다.

우선 성과로는 통합선거법,정치자금법,국회법,방송법등 선거관련 법안들을 개원국회의 협상테이블에 올렸고 여야 동수로 특위를 구성해 이를 논의하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가장 짭짤한 「실익」인 셈이다.

당색이 전혀 다른 두 당이 공조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도 성과로 들 수 있다.4·11총선에 대한 공정성 시비와 검찰·경찰의 중립화 문제등을 제기함으로써 신한국당측에 일정수준 상처를 입힌 점도 득이다.이는 특히 총선직후 김대중·김종필 두 총재를 상대로 불거지던 인책론 등 비주류측의 공세를 잠재우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여기에 더해 제3당인 자민련은 협상 막판 유연한 자세로 절충의 물꼬를 터 정국 캐스팅보트로서의 위상을 새삼 과시했다.또 총선 직후 일부 의원들의 추가탈당을 막는 효과도 거두었다.

그러나 이들 야당은 당리당략에 치우쳐 국회의 파행을 주도했다는국민적 비난이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본회의 진행을 가로막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떼쓰기 정치」로 비쳐지면서 이미지에 많은 손상을 입었다.두 김총재가 대권을 의식해 정국을 흐트리고 있다는 신한국당의 역공에 휘말리면서 향후 입지가 좁아진 측면도 있다.특히 국민회의는 「리모콘 정치」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듯 김대중총재의 뜻에 당 전체가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내보임으로써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두 당의 공조 역시 일정한 한계를 드러내 앞으로 신한국당으로 하여금 많은 대야전략을 구사할 여지를 남겨 놓은 것도 실로 꼽힌다.

한달동안의 힘겨루기로 여야가 이러저러한 소득을 챙기는 동안 국회에는 처리를 기다리는 많은 국정현안들이 쌓였다.결국 여야의 손익과 관계없이 국민들만 피해를 입은 셈이다.〈진경호 기자〉
1996-07-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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