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외언내언)

성희롱(외언내언)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6-06-27 00:00
수정 1996-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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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10월 미국에서는 전대미문의 한 사건으로 해서 전미국민들이 TV앞에 목을 매고 있었다.대법관후보로 추천된 흑인 클레어런스 토머스 판사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토머스판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한 흑인 여교수가 토머스 판사의 인격에 문제를 제기했기때문.

아니타 힐이란 이 여교수는 토머스 판사가 직장내에서 자기에게 성희롱을 예사로 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청문회는 연일 이 문제를 갖고 토머스 판사에 덤벼들었고 국민들은 이 희한한 청문회를 지켜보느라 흥미진진해했다.

이 일로 해서 토머스 판사는 하마터면 사상 첫 흑인대법관이 될 기회를 놓칠뻔 했으나 다행히 상원이 토머스에게 판정승손을 들어줬다.당시 관심의 초점은 어디까지가 성희롱이며 성적농담과 관련해 어디까지가 대법관이 될 사람의 인격적 소양과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성에 대한 시대적 인식의 변화,성희롱에 대한 남녀간,문화적 배경에 따른 관념상의 차이 등등.한 예로 불과 10여년전 한직장의 상사가예쁜 여성 부하직원에게 『미스김 다리는 참으로 예뻐』했다고 하면 미스김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런 소릴했다간 뺨이나 안맞으면 다행이다.

정무2장관실이 「여성주간」을 맞아 「생명존중에 관한 국민의식조사」를 했다고 한다.그랬더니 우리나라 성인여성의 36.9%가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한일이 있다고 응답했다.더구나 서울여성의 경우는 46.5%가 그런 경험을 했다는 응답이었다.대단한 수치가 아닐수 없다.서울여성 2명중 1명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했다는 결론이다.이 조사가 얼마나 진실을 반영했는지 알 수 없으나 만일 사실이라면 작은 일이 아니다.한국사회가 온통 성폭력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야만사회라는 얘기이거나 아니면 성에 대해 남녀간에 기본적인 인식차가 크다는 결과가 된다.한우리속에 고양이와 쥐가 함께 살고있다고 하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임춘웅 논설위원〉

1996-06-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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