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한 표정뒤로 계면쩍은 웃음이/주름투성이 코·왕방울 눈… 두번보면 친근감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 불회사 어귀의 돌장승은 풍채가 당당하다.이 절장승은 절에 부정이 들지않게 절 초입을 지키는 수문장격의 돌장승이라서 좀 무서운 얼굴을 했다.그래서 범접한 잡귀를 한차례 쯤을 쫓아버릴 수 있겠으나,두어번 만나 낯이 익고나면 잡귀도 그리 두려워할 얼굴은 아니다.
그렇듯 무서워 보이면서도 곧 친해질 수도 있는 불회사 돌장승.그 연유는 본래의 천성이 특악하지 않기때문일 것이다.절장승의 특성이 바로 여기 있다.불교와 무속신앙이 어우러진 불회사 돌장승 한 쌍은 짐짓 으스스한 표정을 짓고나서 오히려 계면쩍어 했다.그러다 보니 웃음이 흘러나올 수밖에….암장승은 소 웃음 같은 웃음을 흘렸는데,달관한 웃음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암장승 주장군키는 1백80㎝로 수장승 키(3백15㎝)에 비하면 작다.자연석 생김새를 그대로 살려 장승을 다듬었다.돌 생김새를 살려 장승을 만드느라 암장승인 데도 머리는 그만 민대머리가 되었다.하기야 암장승 코 밑에 몇 가닥의 수염까지 달렸으니까 민대머리를 이러고 저러고 할 처지는 아니다.그리고 돌장의 치장을 말하면 암장승 보다 수장승이 더 화려한 터여서 암장승 코를 밋밋하게 비워두기가 섭섭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불회사 돌장승 얼굴은 대체로 희한하게 생겼다.코와 눈이 다른 지역의 돌장승들과 특이하게 구별되었다.이마에 지는 주름이야 어쩔 수 없지만,콧 날에 가로 세 줄의 주름을 잡았다.그것도 모자라 코허리에도 주름을 잡아 코는 온통 주름 투성이다.눈은 왕구슬을 박아놓은 듯 컸다.코허리에서부터 둥글게 시작하여 관자놀이 쪽으로 돌았으니 엔간히 큰 눈이다.눈 위에는 두 줄의 선각이 있다.가느다란 실금은 장승눈의 쌍꺼풀이고 깊게 골이 진 선각은 눈썹이다.
이빨 여러 개가 박혔으나 윗 이빨 치열은 고르지 않아 듬성듬성 했다.그러나 돌장승에 흔히 보이는 송곳니는 드러내지 않았다.불회사 암장승 얼굴에 나타난 특징 하나는 눈과 코,입가를 따라 오목새김한 선각이다.그 선각은 장승 얼굴의 광대뼈를 강조하면서 입 밑으로 내려와서는자연스럽게 턱을 그렸다.이는 자칫 통째로 붙어버려야 했을 얼굴과 몸통을 구분하는 선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 나날을 같이 늙어 해로해온 수장승 하원당장군은 암장승에 비해 치장이 대단했다.콧방울을 고사리 무늬로 돌리고 턱수염은 댕기머리를 땋듯 촘촘히 땋아내렸다.수염이 얼마나 긴지 왼쪽 옆구리로 치렁치렁 내려왔다.
이들 불회사 돌장승 한쌍과 사촌쯤은 되어 닮아보이는 장승이 이웃에 있다.덕룡산을 끼고 이쪽은 불회사이고 저쪽은 운흥사인데,두 절의 장승들이 서로 닮았다.한 사람 석수의 솜씨인지는 몰라도 조각 수법이 비슷했다.다만 운흥사 돌장승에는 1719년에 해당하는 숙종45년에 세운 사실을 밝히는 간기가 들어있다.그래서 불회사 돌장승도 그 무렵에 세웠을 가능성이 많다.〈황규호 기자〉
나주시 다도면 마산리 불회사 어귀의 돌장승은 풍채가 당당하다.이 절장승은 절에 부정이 들지않게 절 초입을 지키는 수문장격의 돌장승이라서 좀 무서운 얼굴을 했다.그래서 범접한 잡귀를 한차례 쯤을 쫓아버릴 수 있겠으나,두어번 만나 낯이 익고나면 잡귀도 그리 두려워할 얼굴은 아니다.
그렇듯 무서워 보이면서도 곧 친해질 수도 있는 불회사 돌장승.그 연유는 본래의 천성이 특악하지 않기때문일 것이다.절장승의 특성이 바로 여기 있다.불교와 무속신앙이 어우러진 불회사 돌장승 한 쌍은 짐짓 으스스한 표정을 짓고나서 오히려 계면쩍어 했다.그러다 보니 웃음이 흘러나올 수밖에….암장승은 소 웃음 같은 웃음을 흘렸는데,달관한 웃음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암장승 주장군키는 1백80㎝로 수장승 키(3백15㎝)에 비하면 작다.자연석 생김새를 그대로 살려 장승을 다듬었다.돌 생김새를 살려 장승을 만드느라 암장승인 데도 머리는 그만 민대머리가 되었다.하기야 암장승 코 밑에 몇 가닥의 수염까지 달렸으니까 민대머리를 이러고 저러고 할 처지는 아니다.그리고 돌장의 치장을 말하면 암장승 보다 수장승이 더 화려한 터여서 암장승 코를 밋밋하게 비워두기가 섭섭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불회사 돌장승 얼굴은 대체로 희한하게 생겼다.코와 눈이 다른 지역의 돌장승들과 특이하게 구별되었다.이마에 지는 주름이야 어쩔 수 없지만,콧 날에 가로 세 줄의 주름을 잡았다.그것도 모자라 코허리에도 주름을 잡아 코는 온통 주름 투성이다.눈은 왕구슬을 박아놓은 듯 컸다.코허리에서부터 둥글게 시작하여 관자놀이 쪽으로 돌았으니 엔간히 큰 눈이다.눈 위에는 두 줄의 선각이 있다.가느다란 실금은 장승눈의 쌍꺼풀이고 깊게 골이 진 선각은 눈썹이다.
이빨 여러 개가 박혔으나 윗 이빨 치열은 고르지 않아 듬성듬성 했다.그러나 돌장승에 흔히 보이는 송곳니는 드러내지 않았다.불회사 암장승 얼굴에 나타난 특징 하나는 눈과 코,입가를 따라 오목새김한 선각이다.그 선각은 장승 얼굴의 광대뼈를 강조하면서 입 밑으로 내려와서는자연스럽게 턱을 그렸다.이는 자칫 통째로 붙어버려야 했을 얼굴과 몸통을 구분하는 선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 나날을 같이 늙어 해로해온 수장승 하원당장군은 암장승에 비해 치장이 대단했다.콧방울을 고사리 무늬로 돌리고 턱수염은 댕기머리를 땋듯 촘촘히 땋아내렸다.수염이 얼마나 긴지 왼쪽 옆구리로 치렁치렁 내려왔다.
이들 불회사 돌장승 한쌍과 사촌쯤은 되어 닮아보이는 장승이 이웃에 있다.덕룡산을 끼고 이쪽은 불회사이고 저쪽은 운흥사인데,두 절의 장승들이 서로 닮았다.한 사람 석수의 솜씨인지는 몰라도 조각 수법이 비슷했다.다만 운흥사 돌장승에는 1719년에 해당하는 숙종45년에 세운 사실을 밝히는 간기가 들어있다.그래서 불회사 돌장승도 그 무렵에 세웠을 가능성이 많다.〈황규호 기자〉
1996-06-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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