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취지 제대로 이해하자/문용인 서울대교수(서울광장)

교육개혁취지 제대로 이해하자/문용인 서울대교수(서울광장)

문용린 기자 기자
입력 1996-06-22 00:00
수정 1996-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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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의 창출에는 고통이 따른다.새로운 아기를 얻기 위해서는 엄마의 진통이 불가피하다.아름다운 예술 작품일수록,거기에 들인 고통이 더 크다.더욱이나 새로운 사회질서의 변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진통이 있어야 했다.사회변혁의 고비마다 전쟁이 있었거나 민란이 있었고 혁명이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총체적으로 볼때 이러한 변혁의 고비에 서 있다.사회 모든 분야가 새로운 삶의 형식으로 전환되어 가는 시점에 놓여있는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모두 새로운 생존방식을 채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새로워지지않으면 곧바로 후퇴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새롭게 바뀐다는 것에 대한 저항은 인간의 심리 구조상 불가피한 측면이기도 하다.

새로운 변화에 대하여 인간은 두가지 저항의 심리구조가 있다.하나는 변화자체에 대한 맹목적 저항감이다.물리 세계에 존재하는 관성의 법칙이 인간행위에도 적용될 수 있다.즉 인간이나 사물이나 모두 현재의 상태를 지속하려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변화로부터 야기될 손해를 두려워하는 이기적 저항감이다.변화와 개혁은 분명히 현재의 상태를 변모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인 바 그로 인해 손해보는 집단이 있기 마련이다.따라서 이런 집단은 개혁과 변화에 대하여 저항하기가 쉽다.

교육개혁을 에워싼 진통이 한창 진행중이다.지난해 5월31일과 금년 2월9일에 발표된 교육개혁안에 따라 78개 개혁과제별로 구체적인 실천내용들이 집행되고 있는데 많은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맹목적 저항도 있고 이기적 저항도 있다.

종합생활기록부만 해도 그렇다.과거의 내신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하여 개혁안으로 제안된 것이 종합생활기록부제도였다.학생들을 1∼15 등급화하여 교과목성적의 노예가 되게 만든 내신제도의 문제점을 탈피하려면 학생들의 고교 3년동안의 전반적인 생활을 충실하게 평가하여 남과의 비교등급이 아닌 학생 자신의 소질·적성·능력 그리고 노력이 충실하게 기록된 생활기록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이 제도가 실행되기에 이른 것이다.그런데 이런 취지는 저항받고 있다.한쪽은 일선고교에서,다른 하나는 대학당국에서 나오는 저항이다.고등학교 현장에서의 저항도 두가지 양태이다.하나는 종합생활기록부(종생부)제도의 도입으로 일감이 많아졌다는 불평이다.모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다른 용지에 재작성해야하니 일감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둘째는 종생부의 취지에 어긋나게 학생들에게 유리한 점수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는 것이다.이러한 저항들은 종생부를 통한 고교 교육정상화의 개혁취지에 대한 저항으로 맹목적이며 이기적 저항에 불과하다.

대학당국에서 나오는 저항은 어떤가? 교과목 성적과 석차를 중요시한 과거의 내신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된것이 종생부인데,그 종생부를 다시금 교과목별 성적과 석차로 환산하여 사용하려고 하는 대학이 한둘이 아닌바 이것 역시 종생부에 대한 저항이 아닐 수 없다.개혁의 취지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맹목적 저항감이 대학입시관련 행정가들의 머리속에 가득차 있다.교과목 관련 점수를 벗어나 과감하게 학생들의 고유한 소질·적성·능력을 반영하여 선발하라는 선발 자율화의 취지를 대학인 자신들이 잘못 이해하여 쓸데없는 저항을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교육민주화와 지방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고도 꼭 필요한 제도가 학교운영위원회이다.그러나 그 취지가 잘못 이해되어 한쪽에서는 권한의 축소로 받아들이고,다른 한쪽에서는 권력장악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학교장들은 자신의 독점권한 영역을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지역인사가 침범해오고 있다고 저항한다.그리고 교사,학부모,지역인사들은 각각 자신들이 학교에 행사할 권한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모두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하려는 교육개혁취지에 저항하는 행태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저항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또 모든 사람이 이러한 저항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종생부를 그 취지대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대학도 많고,고등학교도 많다.또 이를 긍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도 많다.학교운영위원회도 문제가 발생하는 곳보다도 잘 운영되고 있는곳이 더 많다.

모든 산모가 동일한 수준의 진통을 겪지 않는 것처럼 교육개혁에 대한 저항도 학교마다,교사마다,사람마다 동일하지는 않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즉 개혁에 대한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저항은 그만큼 해당기관이나 사람들의 진보와 발전을 지체시키리라는 것이다.종생부를 취지대로 활용하면 좋은 학생 뽑는데 성공할 것이며 학교운영위원회도 취지대로 잘 활용하면 학교가 더 잘 발전하리라는 것이다.<문용인 서울대교수 교육심리학>
1996-06-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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