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불가” DJ 발언 파문(정가초점)

“내각제 불가” DJ 발언 파문(정가초점)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1996-06-20 00:00
수정 1996-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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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겨냥한 정치권 반응 떠보기 인상/“16대때나 개헌… JP와 공조지속 시사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내각제개헌불가」 발언으로 정가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발언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김총재의 향후 행보에 대해 무성한 관측을 낳고 있다.

김총재는 18일 경기대 행정대학원 초청강연에서 『15대국회에서 내각제개헌은 안되며 국민이 원한다면 16대에서나 가능하다』고 밝혔다.4·11총선 패배후 내각제선회를 조심스레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진 김총재가 「15대불가,16대가능」이라는 입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김총재의 이날 발언은 다목적효과를 노린 탐색용의 성격이 짙다.우선 김총재 자신의 대권청사진윤곽을 보다 선명히 했다는 해석이다.『현행헌법은 총리의 각료제청권 등 내각제적 요소가 혼합돼 있기 때문에 야권공조를 통해 거국내각이나 연립내각도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한 대목이다.

「지역간 정권교체론」의 밑그림으로,대통령과 당대표·국무총리라는 권력의 3축을 반YS(김영삼 대통령)세력과 분점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셈이다.내년 대선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권력분점을 보장하며 거국내각을 연결고리로 활용한다는 계산이다.여기에 지난 총선에서 「여권의 내각제음모설」을 주장한 김총재가 도리어 내각제개헌에 앞장설 경우 몰아닥칠 비난을 조기에 희석시킬 필요성도 느꼈을 것이다.

「16대국회에서의 내각제개헌가능」이란 여운을 남긴 대목도 의미심장하다.최근 자민련 중진들의 집요한 내각제수용설득에 대한 공식회답이란 관측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야권공조를 깨지 않고 내년 대선까지 자민련을 묶어두기 위해 내각제카드를 적절히 활용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DJ(김대중 총재)가 이제까지 내각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는데 16대국회 때 개헌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상당한 변화』라며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김총재가 자민련 김총재와의 본격적인 후보단일화를 위한 「대권협상」에 앞선 1차협상안이란 시각도 강하다.『내년에 나를 도와주면 당신이 원하는 내각제개헌에 앞장서겠다』는 국민회의 김총재의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이다.자민련 김총재는 DJ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내각제는 국민에게 이제 겨우 운을 떼는 과정이며 좀더 시간을 갖고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며 『야권공조와 내각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그러나 내년 대선이 집권의 「마지막 기회」임을 누구보다 잘아는 JP(김종필 총재)의 역제의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흥미롭다.〈오일만 기자〉
1996-06-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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