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도덕 준수 선진질서 도약 기회로/경기시설물보다 시민의식이 성공 열쇠/세계가 유리와 일 국민 주시… 미덕 보여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경기장 안에 있는 안내표지판 9개는 모두 심하게 훼손돼 있다.못으로 일련번호를 심하게 긁었거나 낙서를 해 안내판만 보고는 경기장을 찾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설치한 1백91개의 야외조각품들도 사진촬영을 하려고 올라타거나 기대 선 관람객들 때문에 흉물스럽게 파손됐다.
올림픽 공원 시설관리과 김진희씨(42)는 『월드컵 유치로 명실공히 스포츠 선진국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공공시설물 이용에 관한한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우리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공공도덕 의식이 부족한 것은 근대화과정에서 「금권」의 중요성에만 익숙해져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양보의 미덕,즉 우리라는 공동체적 개념에 인색하다는 것이다.지하철에서 노약자나 아이를 업은 부녀자에게 쉽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거나 틈만나면새치기 하려는 이기심이 구체적인 예다.
이런 맥락에서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하드웨어(시설물) 보다는 소프트웨어(시민의식)에 달려 있다는데 모두가 공감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형국 교수는 「공공질서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가 「법준수(Law Obedience)」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금 우리 사회에는 민주화 과정에서 빚어진 반정권 의식이 반질서·반공권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과적차량을 단속하는 경찰에게 거칠게 몸으로 항의하는 운전사들을 종종 보는데 외국 같으면 바로 수갑을 채웁니다』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규제에 순응해야 하며 불편한 것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는 대목도 고쳐야 할 점이다.간혹 발생하는 경기장 난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냄비」처럼 쉽게 뜨거워졌다가 식어버리는 조급성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이용필 교수는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에 비추어 2002년 월드컵도 성공리에 끝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경기장 무질서 등이 하루아침에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꾸준한 캠페인과 교육,민간단체의 활동 등이 합쳐지면 좋은 결과를 맺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다.우리 특유의 무뚝뚝함이 불친절로 비쳐지기가 일쑤다.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상당수 외국인들의 첫 인상은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관청을 들른 외국인이 영어가 숙달된 상담원이 없어 낭패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호주출신의 선교사 엘렌씨(30·여)는 이른 아침에 물건을 사러 택시를 잡으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다 허탕을 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엘렌씨는 「여자를 첫 손님으로 태우면 재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꺼린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황당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과 공동개최가 결정됐기 때문에 싫든 좋든 일본국민과 비교가 됩니다.전 세계가 주목할텐데 일본 국민보다 우리가 못하다는 평가가 나와서는 안되겠지요』YWCA 홍정혜 사무총장은 지난 88 올림픽 때의 질서의식을 다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월드컵도 훌륭하게 치를 것이라고 자신했다.〈김성수 기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경기장 안에 있는 안내표지판 9개는 모두 심하게 훼손돼 있다.못으로 일련번호를 심하게 긁었거나 낙서를 해 안내판만 보고는 경기장을 찾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88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설치한 1백91개의 야외조각품들도 사진촬영을 하려고 올라타거나 기대 선 관람객들 때문에 흉물스럽게 파손됐다.
올림픽 공원 시설관리과 김진희씨(42)는 『월드컵 유치로 명실공히 스포츠 선진국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공공시설물 이용에 관한한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우리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공공도덕 의식이 부족한 것은 근대화과정에서 「금권」의 중요성에만 익숙해져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양보의 미덕,즉 우리라는 공동체적 개념에 인색하다는 것이다.지하철에서 노약자나 아이를 업은 부녀자에게 쉽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거나 틈만나면새치기 하려는 이기심이 구체적인 예다.
이런 맥락에서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하드웨어(시설물) 보다는 소프트웨어(시민의식)에 달려 있다는데 모두가 공감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형국 교수는 「공공질서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가 「법준수(Law Obedience)」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금 우리 사회에는 민주화 과정에서 빚어진 반정권 의식이 반질서·반공권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과적차량을 단속하는 경찰에게 거칠게 몸으로 항의하는 운전사들을 종종 보는데 외국 같으면 바로 수갑을 채웁니다』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규제에 순응해야 하며 불편한 것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는 대목도 고쳐야 할 점이다.간혹 발생하는 경기장 난동도 이와 무관치 않다.질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냄비」처럼 쉽게 뜨거워졌다가 식어버리는 조급성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이용필 교수는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에 비추어 2002년 월드컵도 성공리에 끝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경기장 무질서 등이 하루아침에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꾸준한 캠페인과 교육,민간단체의 활동 등이 합쳐지면 좋은 결과를 맺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다.우리 특유의 무뚝뚝함이 불친절로 비쳐지기가 일쑤다.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상당수 외국인들의 첫 인상은 「화가 잔뜩 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관청을 들른 외국인이 영어가 숙달된 상담원이 없어 낭패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호주출신의 선교사 엘렌씨(30·여)는 이른 아침에 물건을 사러 택시를 잡으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다 허탕을 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엘렌씨는 「여자를 첫 손님으로 태우면 재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꺼린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황당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과 공동개최가 결정됐기 때문에 싫든 좋든 일본국민과 비교가 됩니다.전 세계가 주목할텐데 일본 국민보다 우리가 못하다는 평가가 나와서는 안되겠지요』YWCA 홍정혜 사무총장은 지난 88 올림픽 때의 질서의식을 다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월드컵도 훌륭하게 치를 것이라고 자신했다.〈김성수 기자〉
1996-06-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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