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못미친 모스크바 핵정상회담/레너드 스펙터(지구촌 칼럼)

기대 못미친 모스크바 핵정상회담/레너드 스펙터(지구촌 칼럼)

스펙터 기자 기자
입력 1996-04-29 00:00
수정 1996-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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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유로 STARTⅡ 비준안 등 마련못한 건 유감

세계 8대국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일 때에는 획기적인 일이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특히 핵안전이나 안보 같은 중대한 사안에 회동의 포커스가 맞춰질 때는 더욱 그렇다.

이번 모스크바 핵정상회담은 다섯개가 넘는 공동코뮈니케 발표 등으로 언론에 크게 취급되었다.하지만 속 알맹이를 따지자면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아마 클린턴 대통령과 옐친 대통령이 START 2 비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점일 것이다.미국 상원에서는 지난1월 승인됐으나 러시아 두마의회에서 거의 1년동안 계류중인 이 조약은 양국의 핵무기를 냉전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러시아 양측이 모두 이 조약의 지체에 책임이 있다.미국 상원도 1년 넘게 끌다 마지못해 승인해줬다.게다가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전국미사일 방어망이 2003년까지 실제배치,가동 되어야 한다고 완강하게 주장해 왔다.그런데 이 목표연도는 러시아가 START 2에 의한 핵감축을 완료하는 해인 것이다.러시아는 이러한 공화당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 주장과 미사일방어에 제한을 가한 지난 72년도의 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조약(ABM)을 무시하려는 자세 때문에 자신들의 핵저지력이 크게 손상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미국은 또 나토(NATO) 확대론을 적극 펼쳐 러시아의 전략적 군사력에 대한 불안을 부풀렸다.

러시아도 쓸데없이 꾸물거렸다.옐친 대통령은 이제껏 한번도 START2 이후의 러시아 핵군사력에 대해 구체적인 구조나 예산을 두마의회에 제시한 적도 없었고 의회승인을 얻으려고 정치적인 공세를 시도한 적도 없다.

정상들은 또 제네바 군축회담에서 현재 협상중인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전체 문안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그들은 CTBT는 아주 작은 규모의 핵실험을 포함,모든 핵실험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중요한 조항에는 합의했다.하지만 많은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이는 제네바회담에서 더 많은 외교협상이 필요하며 CTBT의 실현이 지연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모든 지역에 있는 핵물질의 안전장치는 국제기준에 부합된다는 성명을 자랑스럽게 발표했다.그러나 실제로는 소수의 시설만이 국제안전기준을 지키고 있다.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러시아는 안보의 개선을 위해 미국과 다른 G7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그 결과 안보면에서의 실질적인 진전이 과거 수년동안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러시아는 핵안보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활동에 상당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특히 러시아는 원자로에서 나온 핵연료로부터 핵무기에 사용될수 있는 플루토늄을 계속 추출하고 안전장치가 빈약한 저장시설에 풀루토늄 축적을 계속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대한 핵시설 판매를 금지한다는 합의를 도출해냈으면 좋았을 것이다.하지만 러시아는 이란에 4기의 원자로를 제공하기로 했다.러시아의 첫 프로젝트는 독일이 70년대 중반 이란에 팔아 건설중이던 원자로를 완성하는 일이다.독일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우려 때문에 원자로 완공을 거부하고 있다.프랑스도같은 이유로 이란과의 핵거래를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에 대한 원자로 판매는 국제기준에 따른 합법적인 거래라고 주장한다.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했으며 건설될 원자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을 것이라고 러시아는 설명한다.러시아는 또 미국·일본·한국도 유사한 원자로를 NPT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에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미국은 러시아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북한은 원자로를 제공받는 대신 핵무기 생산능력이 있는 시설을 파기할 것이라고 응수한다.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북한과 같은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G7 정상들은 모스크바회담에서 이란에 대한 원자로 판매는 러시아 주권과 연계된 문제라는 논란을 의제로 삼지않았다.다가오는 러시아 대선에서 옐친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그러나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G7정상들은 이란에 원자로를 팔지말도록 옐친 대통령을 설득할수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러시아정부내에도 이란에 대한 원자로 판매는 합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관리들이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비록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하나의 중요한 합의가 있었다.미국과 러시아의 해체된 핵무기로부터 나온 플루토늄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회담을 갖는다는 것이다.러시아는 플루토늄을 우라늄과 혼합하여 원자로 연로로 사용하길 원한다.반면 미국은 우라늄 연로의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에 플루토늄을 원자로 연로로 사용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플루토늄을 방사능 폐기물과 섞어 영구 폐기하는 방안을 선호 한다.이러한 방안과 다른 대안들이 전문가회담에서 논의 될 것이다.전문가들은 또 일본·프랑스·영국·러시아에 있는 상업 원자로로부터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것이 현명한지도 검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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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은 물론 모두 허세로 가득찼다거나 의전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플루토눔에 대한 합의 외에 8개국 정상들은 러시아의 핵안전을 강화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여러개의 다국간 핵규약을 승인했다.<미 카네기 평화재단 선임연구원>
1996-04-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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