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닮은꼴”… 인간적 친근감/“아들 낳는다” 부녀자들 등쌀에 코 망가져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달산리 돌장승 한쌍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했다.법천사와 목우암으로 가는 갈림길에 한쌍이 마주섰다.오른쪽이 수장승이고 왼쪽이 암장승이다.새김솜씨가 무척 단순하나 다른 지역 돌장승에 비해 보다 분명히 사람모습으로 다가온 장승이기도 하다.
이 장승을 세우면서 법천사와 목우암,어느 절이 화주 노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다만 분명한 것은 절을 위해 세운 절장승이라는 점이다.이들 달산리 돌장승을 돌아보고 온 어떤 민속학자는 장승을 구경도 하지 않고 만든 무명의 시골석수 작품일 것이라고 했다.절의 주지는 마을석공을 불러 귀신을 닮은 사람모습의 장승을 본대로 일러주었다.그러면서 한쌍의 돌장승을 주문했다.
석수는 귀신을 본 적이 없다.귀신과 사람중에 아는 것은 사람뿐이었다.평생 구경도 못한 귀신을 애써 상상해보았지만 허사였다.막상 정을 들고 나서도 귀신이 떠오르지 않았고 마을사람들의 얼굴만이 머리속에 자꾸 맴돌았다.결국은 사람얼굴을 만들어냈다.그것도 무섭기는커녕 양순하기 그지없는 얼굴이다.연민의 정이 가득한 얼굴로 절에 오는 사람을 맞고 보내고 있는 돌장승은 대웅전부처 못지않게 자비로웠다.
한쌍이 다 그렇지만 오른쪽 수장승은 더욱 선량한 눈매를 했다.석수는 눈을 크게 만들 심산으로 눈자위를 넓게 잡았다.그리고는 오목새김 선각으로 원형의 눈을 돌렸다.그런데 볕이 들면 눈 아래 오목새김 선각에 그늘이 져 눈을 슬쩍 내리깐 것처럼 보인다.또 둥근 눈자위는 눈두덩이 되어버렸고,눈 위쪽 오목새김 선각은 눈썹으로 변했다.그저 둥글게 오목새김한 눈망울이 명암에 따라 조화를 부렸다.
수장승 코는 길어 장비형이다.그러나 아들 낳기를 바라는 부녀자들의 속신은 장승의 코를 내버려두지 않았다.코가 많이 망가져 콧날이 없어졌지만 입가에 약간 머금은 웃음은 여전했다.그 입가 인중언저리가 많이 튀어나왔다.얼핏 원숭이입이 연상되었다.돌장승이 풍기는 전체적인 인상에서 원숭이 얼굴,후상의 그림자가 어른거린 것도 바로 입 때문이었을 것이다.
돌장승을 맡은 석수는 주지스님이 요청한 귀신의 얼굴을 깡그리 저버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궁리 끝에 떠올린 것이 사람을 닮은 짐승,원숭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열두개의 띠를 가리는 십이지의 하나,원숭이얼굴 정도면 귀신과 흡사할 것이라고….원숭이는 비록 남방동물이었지만 십간과 십이지를 망라한 간지가 삼국통일을 전후하여 들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생김새는 어렴풋 짐작했을 터였다.그리고 15세기 조선시대에 실제 원숭이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17세기 화가 변상벽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군후도」에도 실물원숭이가 묘사되었다.
어떻든 달산리 돌장승은 원숭이가 연상되는 사람얼굴,보다 인간화한 장승이라 할 수 있다.〈황규호 기자〉
전남 무안군 몽탄면 달산리 돌장승 한쌍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했다.법천사와 목우암으로 가는 갈림길에 한쌍이 마주섰다.오른쪽이 수장승이고 왼쪽이 암장승이다.새김솜씨가 무척 단순하나 다른 지역 돌장승에 비해 보다 분명히 사람모습으로 다가온 장승이기도 하다.
이 장승을 세우면서 법천사와 목우암,어느 절이 화주 노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다만 분명한 것은 절을 위해 세운 절장승이라는 점이다.이들 달산리 돌장승을 돌아보고 온 어떤 민속학자는 장승을 구경도 하지 않고 만든 무명의 시골석수 작품일 것이라고 했다.절의 주지는 마을석공을 불러 귀신을 닮은 사람모습의 장승을 본대로 일러주었다.그러면서 한쌍의 돌장승을 주문했다.
석수는 귀신을 본 적이 없다.귀신과 사람중에 아는 것은 사람뿐이었다.평생 구경도 못한 귀신을 애써 상상해보았지만 허사였다.막상 정을 들고 나서도 귀신이 떠오르지 않았고 마을사람들의 얼굴만이 머리속에 자꾸 맴돌았다.결국은 사람얼굴을 만들어냈다.그것도 무섭기는커녕 양순하기 그지없는 얼굴이다.연민의 정이 가득한 얼굴로 절에 오는 사람을 맞고 보내고 있는 돌장승은 대웅전부처 못지않게 자비로웠다.
한쌍이 다 그렇지만 오른쪽 수장승은 더욱 선량한 눈매를 했다.석수는 눈을 크게 만들 심산으로 눈자위를 넓게 잡았다.그리고는 오목새김 선각으로 원형의 눈을 돌렸다.그런데 볕이 들면 눈 아래 오목새김 선각에 그늘이 져 눈을 슬쩍 내리깐 것처럼 보인다.또 둥근 눈자위는 눈두덩이 되어버렸고,눈 위쪽 오목새김 선각은 눈썹으로 변했다.그저 둥글게 오목새김한 눈망울이 명암에 따라 조화를 부렸다.
수장승 코는 길어 장비형이다.그러나 아들 낳기를 바라는 부녀자들의 속신은 장승의 코를 내버려두지 않았다.코가 많이 망가져 콧날이 없어졌지만 입가에 약간 머금은 웃음은 여전했다.그 입가 인중언저리가 많이 튀어나왔다.얼핏 원숭이입이 연상되었다.돌장승이 풍기는 전체적인 인상에서 원숭이 얼굴,후상의 그림자가 어른거린 것도 바로 입 때문이었을 것이다.
돌장승을 맡은 석수는 주지스님이 요청한 귀신의 얼굴을 깡그리 저버릴 수가 없었다.그래서 궁리 끝에 떠올린 것이 사람을 닮은 짐승,원숭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열두개의 띠를 가리는 십이지의 하나,원숭이얼굴 정도면 귀신과 흡사할 것이라고….원숭이는 비록 남방동물이었지만 십간과 십이지를 망라한 간지가 삼국통일을 전후하여 들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생김새는 어렴풋 짐작했을 터였다.그리고 15세기 조선시대에 실제 원숭이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17세기 화가 변상벽의 작품으로 여겨지는 「군후도」에도 실물원숭이가 묘사되었다.
어떻든 달산리 돌장승은 원숭이가 연상되는 사람얼굴,보다 인간화한 장승이라 할 수 있다.〈황규호 기자〉
1996-04-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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