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 멸종/반영환논설위원(외언내언)

민물고기 멸종/반영환논설위원(외언내언)

반영환 기자 기자
입력 1996-01-23 00:00
수정 1996-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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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년대만 해도 전국 어느 개울에서나 송사리·피라미·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다.소쿠리나 채를 가지고 맑은 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놀던 유년시절의 추억은 행복한 것이었다.서울에서도 6·25전까지는 청계천에서 붕어를 잡았고 성북동 계곡에선 가재가 잡힐만치 물이 맑았다.그러나 지금은 도시 근처에서 송사리떼가 노니는 개울을 찾아보기란 어렵게 돼버렸다.

민물고기는 물의 등급을 표시하는 지표로 사용된다.버들가지와 버들치는 1급수,피라미와 갈겨니는 2급수,붕어와 잉어는 3급수의 지표종이다.옛날에는 우리 하천에 버들가지·버들치가 우세했지만 수질이 나빠짐에 따라 지금은 잉어와 붕어가 우세하다.붕어라도 살 수 있는 3급수라면 그래도 다행한 일.시커먼 썩은 물이나 거품범벅의 죽은 물이 도처에 흘러 넘치고 있지 않은가.그래서 우리에게 친숙했던 민물고기들이 차츰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오염물질·생활폐수·환경파괴등이 수천년 살아왔을 물고기의 서식지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환경부는 열목어·버들가지·어름치등 희귀종 민물고기 24종을 처음으로 특정 야생동식물로 지정,보호키로 했다.열목어는 눈에 열이 많다해서 붙여진 이름.물이 맑고 찬 곳에서 서식하는 희귀어로 정선군 정암계곡이 서식지로 지정돼 있다.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수면이 햇볕에 직접 닿지 않는 심산유곡에서만 산다.물이 맑고 바닥에 자갈이 깔려있는 큰 강의 상류에 서식하는 어름치는 한강·임진강·금강에만 분포돼 있는 우리나라 특산종.

한국 민물고기의 대표격인 버들가지도 이제는 보기 힘들게 되었다.맑은 물에서만 사는 민물고기가 맑은 물이 없어지면 멸종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한국 특산종인 서호납줄갱이는 이미 멸종으로 기록되었다.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사라진 것이다.봉화군 대현리 열목어 서식지의 열목어는 1950년에 전멸,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됐다.삼척 오십천의 산천어도 근래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평생을 담수어 연구에 바친 최기철박사는 말한다.『강이 살면 우리도 살고 강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고.

1996-01-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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