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이<일교도통신 서울지국장> 「포럼 개혁」지 기고

히라이<일교도통신 서울지국장> 「포럼 개혁」지 기고

입력 1996-01-20 00:00
수정 1996-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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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젠 밑으로부터이 개혁 필요”/국민 각자가 「뇌물문화」와의 결별이 중요/「봉투없는 사회」는 대북한 최대무기 될것

히라이 히사시(평정구지)일본 교도(공동)통신 서울지국장은 최근 공보처가 발행한 무크지 「포럼 개혁」에 「한국사회,이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 제하의 글을 기고,고질적인 뇌물문화를 뿌리 뽑아야만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실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히라이씨의 글을 요약·전재한다.<편집자주>

노태우전대통령이 체포된 직후 어느 유력 신문은 「뇌물공화국」이라고 보도했다.이번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은 한국 사회에서는 「문화대혁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즉 한국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뇌물문화」가 이제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대통령의 비자금은 한국 금권문화의 성역중의 성역이었다.그 성역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뇌물문화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나쁘게 말하면 「뇌물」,좋게 말하면 「성금」이다.사회 전반의 「촌지」나 「봉투」는 한국 사회의 윤활유가 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한국인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가 산부인과 의사에게 봉투를 줌으로써 생명을 받는다.

학교에서도 학부모가 교사에게 봉투를 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학부모는 교사에게 「어느 정도」를 「어떤 방식」으로 건네줄까를 고심한다.「봉투」를 건네주는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한국에서 「참교육」을 기치로 전교조를 결성했던 교사들이 기자회견을 했을 때 이렇게 질문한 적이 있다.『수뢰라고 하는 것은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활용하여 금전을 받는 것이지만,한국에서 선생님들이 학부모로부터 봉투를 받는 것은 명백한 수뢰라고 생각한다.전교조에서는 봉투를 받는 것도 거부하고,이를 반대할 생각은 없는가?』그러나 이 전교조의 지도부 교사의 말은 『학부모가 감사의 마음으로 전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가.교직원의급여가 낮은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급여의 개선도 없이 한마디로 반대하는 것은…』였다.

『이 문제는 이 정도로 합시다』라고 그 이상의 질문은 피했다.한국인 친구에게 질나쁜 교사를 경찰에 고발하면 어떻겠느나고 질문하자 『무슨 말을 하느냐.그런 일을 한다면 그 아이는 한국 어디를 가도 손가락질을 받는다.생활기록부는 엉망으로 기재될 것이며,그 아이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고 말했다.학교측으로서는 「봉투」폐지를 놓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이 「뇌물문화」가 한국 사회에서는 확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최근에는 거부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신문기자에게도 「촌지」가 상식이다.교통 위반을 하여도 경찰에게 얼마의 돈을 건네주면 눈감아 주는 것이 과거 「뇌물문화」의 일부였다.

김영삼정권이 발족해서 실행하고 있는 「개혁」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윗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아랫물도 깨끗하지 않다」고 하는 강한 의지가 명확하게 다가온다.그러나 내가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개혁에 석연찮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그것은 한국의 개혁이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것이다.한국의 기본 개혁은 윗사람이 잡고 흔드는 개혁이었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밑으로부터의 개혁」이아닐까 한다.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이 「뇌물문화」로부터 결별하는 일도 중요하다.학교 선생님에게 「봉투」를 건네주는 것을 그만두고,선생님도 받는 것을 거부하자.한편으로 정부는 교사의 급여를 올려주자.국민은 선거에서 정치가에게 손내미는 것을 그만두자.김대통령이 아무리 청와대에서 매일 칼국수를 먹어도 밑으로부터의 개혁이 없으면 진정한 의미의 사회개혁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국 사회가 이 밑으로부터의 개혁에 성공하면 북한 사회에 대한 최대의 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그때 한국은 북한에 압도적으로 우위에 서고 긴 안목에서 본다면 그것은 반드시 언젠가 북한 사회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그것이야말로 남북통일의 기초를 세우는 것이 아닐까 한다.

외신기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주제넘는 일인지 모른다.그러나 이것이 한국을 좋아하는 한 일본인 기자의 바람인 것이다.
1996-01-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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