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졌다 하면 “메가톤급”… 경악·충격/되돌아 본 ’95사건·사고

터졌다 하면 “메가톤급”… 경악·충격/되돌아 본 ’95사건·사고

오풍연 기자 기자
입력 1995-12-30 00:00
수정 199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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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 전대통령 구속… 역사적 과거 청산/삼풍붕괴 대참사… 건국이래 최대 인재/대구 가스폭발·남해 기름오염에 허탈

올 을해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다.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과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이를 단적으로 대변해준다.이들 사건·사고는 세계 10대 뉴스의 한토막을 장식,우리 모두에게 수치감을 안겨주기도 했다.주요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한해를 되돌아 본다.

▷사건◁

뭐니뭐니해도 전·노씨의 구속을 꼽을 수 있다.「헌정사상 초유의 일」들이 거푸 국민들의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외국 유명 언론들도 연일 1면 머릿기사 등으로 대서특필했다.

지난 10월 민주당 박계동 의원의 폭로로 불거져 나온 노씨의 거액 비자금 조성사건은 일거에 전국민을 분노와 허탈감에 빠뜨렸다.노씨는 이 사건이 처음 터진 뒤 박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제소하겠다는 등 발뺌하다가 결국 『5천억원을 통치자금으로 모금했다』고실토하고 말았다.「진실」이 「가면」을 강타하는 순간이었다.

노씨가 35개 기업체 대표들로부터 「뇌물」로 거둬들인 돈은 자그마치 2천8백38억원.노씨는 이처럼 조성한 비자금을 일부 빼내 제3자 명의로 빌딩을 매입하는 등 부정축재를 한 것으로 드러나 분노를 가중시켰다.

노씨에게 돈을 준 기업인들도 홍역을 단단히 치렀다.35개 기업 가운데 삼성·대우·동아·대림·동부·한보·진로그룹의 총수들은 뇌물공여혐의로 기소돼 「정경유착」에 대한 최종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전씨의 구속은 「뇌관」에 비유될 만큼 메가톤급이었다.잘못된 과거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의 「5·18특별법」제정 선언으로 촉발된 전씨에 대한 검찰수사는 쾌도난마처럼 달렸다.검찰이 지난 2일 전씨측에 소환을 통보하자 전씨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갔다.검찰은 다음날인 3일 전씨를 군사반란혐의로 구속집행했다.전씨는 이에 강력히 반발,단식으로 맞서고 있다.

전씨에 대한 검찰수사는 12·12 및 5·18뿐만 아니라 대통령 재임중의비자금 조성 등에까지 확대돼 조만간 전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이 두 사건에 가리기는 했지만 이형구 전노동부장관,최낙도·박은태 의원 등의 수뢰사건 또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교육위원선출 비리사건도 「간접선거」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법개정의 촉매역할을 했다.

▷사고◁

지난 6월 29일 하오 6시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삼풍백화점의 초현대식 5층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 4백58명이 죽고 9백33명이 부상당하는 한편 1백4명이 실종한 건국이래 최악의 사고가 일어났다.

실종자 가족중에는 시신은 물론 유골조차 찾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이들의 장례식은 지난 20일쯤에야 겨우 끝났다.또 사고가 난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완전한 보상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유족들의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부상자들의 사정은 더 딱한 편이다.관심 밖으로 점점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풍사고는 우리 건설문화의 총체적 비리와 부실공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전형적인 인재였다.원초적인 부실공사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용도변경 등이 사고원인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생명은 도외시한 채 「떡값」을 챙겨 원성을 자아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백화점 쇼핑을 기피하고 대형 건물을 두려워하는 이른바 「삼풍신드롬」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부실공사 의혹을 받았던 분당·일산의 아파트 값도 덩달아 하락했다.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음에도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형량은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지난 27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삼풍백화점 회장 이준(73)피고인에게 징역10년6월의 형이 내려졌다.시공회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났다.

올해의 불길한 조짐은 지난 4월 28일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로 시작됐다.이 사고로 등교중이던 어린 학생을 포함,1백1명이 숨지고 1백17명이 부상을 입었다.이 사고 역시 지난해의 아현동 가스폭발사고와 마찬가지로 인재가 부른 대참사였다.

이밖에 ▲올 여름 남해안 일대를 「죽음의 바다」로 만든 유조선 시프린스호 좌초 ▲37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도 여자기술학원 기숙사 방화 ▲19명이 숨진 컨테이너 운반선 한진부산호 화재 ▲집중호우로 국가기간산업인 철도망의 마비 ▲잇따른 노래방 화재사건 등도 국민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오풍연 기자>

◎사건·사고 일지

▲2월7일=부산 한진중공업 수리조선소에 불 19명 사망.

▲3월14일=금용학원이사장 김형진씨 안방서 피살.

▲4월28일=대구 도시가스폭발 1백1명 사망,1백17명 부상.

▲5월28일=경기도 포천 무장탈영병 강도.

▲6월6일=조계사 등에서 농성중이던 한국통신 노조간부 13명 구속.

▲6월12일=서울 은평구 치과의사 모녀 변사체로 발견.

▲6월14일=한국조폐공사 조폐창에서 1천원권 1천장 도난.

▲6월29일=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7월15일=삼풍백화점 붕괴 박승현양 건물더미에서 17일만에 구출.

▲7월17일=국내최대 금괴밀수 적발,2천6백억원상당.

▲7월23일=유조선 씨프린스호 좌초로 원유유출.

▲7월31일=고 문익환 목사 부인 박용길씨 판문점귀환 구속.

▲8월19일=「차명계좌」가로채려다 동료인 이형근 대리를 살해한 증권사 직원 검거.

▲8월21일=용인 여자기술학원생 방화로 37명 사망.

▲8월26일=경기도교육위원후보가 도의원에게 금노리개로 뇌물.

▲8월30일=가짜승려 일력10억 빼내 중국으로 도피.

▲10월24일=무장간첩 2명 충남 부여에 출현,1명 검거.

▲11월1일=노태우 전대통령 검찰소환.

▲11월4일=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관련 기업인 소환조사.

▲11월16일=노태우 전대통령 수뢰혐의로 구속.

▲12월1일=검찰,「12·12,5·18」전면 재수사.

▲12월3일=전두환 전대통령 반란수괴혐의로 구속.

▲12월6일=노래방에 불 8명 사망.

▲12월8일=듀스 김성재 살해범으로 애인 김유선씨 구속.

▲12월18일=노태우 전대통령 첫 공판.

▲12월23일=서울 신한은행 대낮 3인조 무장강도.

▲12월27일=우성호 선원 납북 7개월만에 귀환.
1995-12-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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