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문다… 「숨어울다 올거나」(박갑천 칼럼)

한해가 저문다… 「숨어울다 올거나」(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5-12-30 00:00
수정 1995-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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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가기전 한참은/처량하기도 짝없다/마을앞 개천가의 체지 큰느티나무 아래를/그늘진데라 찾아나가서 숨어울다 올거나…』.김소월의 「해 넘어가기전 한참은」에 나오는 한구절이다.

「해 넘어가기전」의 「해」는 하루해일 수도 있고 한해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또 어쩌면 죽기 전까지의 한뉘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가령 한해를 두고 생각하더라도 소월이 읊은 그대로 촛농까지 닳아 가물거리는 촛불을 보는 처량함이 가슴 후비는 경우들도 적지않은 것이리라.「숨어울다 오고싶어지는」일들 때문이다.괴나리봇짐 둘러멘 이승의 나그네가 연시빛으로 차가워진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허전함.눈물 글썽여야 할 일이 어디 한둘이었던가.그래서 뉘엿거리는 햇빛 부여안으며 사춘기소녀처럼 서러워진다.해마다 거의 같아지는 세밑의 이 감회.그게 「해 넘어가기전 한참」의 대체적인 사람마음 아닐는지.

올해는 삼풍백화점사고에 수갑차게 된 전직대통령등 유독 큰일들이 많았다.그런 우셋거리들로 해서 거기 얼을 뺏긴 나머지 한눈 팔면서 참길 아닌 옆길에서 헤매지 않았던가 성찰해야겠다.숲을 봐야지 나무 하나에 매달려서는 안된다.이런 잘못에 대한 「장자」(산목편)의 경고가 우화로 쓰여 전한다.

­장주가 어느날 조릉 언저리를 산책하다가 이상한 까치가 날아오는 것을 본다.그 새는 장주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 울안 밤나무가지에 앉는다.장주는 그새를 활로 쏘려한다.그런데 자세히 보니 매미 한마리가 닥친 위험을 모른채 기분좋게 울고있다.매미 뒤에서는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아까의 이상한 까치는 이 사마귀를 노리고 있고.까치 또한 제먹이에 정신이 팔려 장주가 활쏘려는 것을 모른다.

세상일이 괴상하게 얽혀있는데 놀란 장주는 그 자리서 뛰쳐나오다 도둑으로 몰린다.그는 생각한다.「나는 거죽(형)에 정신을 뺏겨 진실(신)을 못보았던게 아닌가.이는 흐린 물에 길든 눈이 맑은 연못을 보면서도 그 맑음이 물의 참모습임을 의심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그사이 이상한 까치 한마리에 나는 내정신을 잃고 있었구나.…」

곪은 환부 도려내는 숙정과 비뚤어진 역사 바로잡는 일이 계속된 한해였다.하지만 가짓일에 너무 정신을 팔다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근본정신­제국이 뭔가를 잊어서는 안되겠다.이상한 까치에서 눈돌릴 줄 알아야한다.길섶을 한길로 옥생각하진 말자는 뜻이다.올바른 민주의 길을 곱새기면서 새해를 맞자.
1995-12-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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