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시골마을 무대… 당시 세태 비판
「소설이 너무 어려워진다」거나 「사설만 길고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찾아볼만한 소설.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바로 아기자기한 소설적 재미를 듬뿍 얹은 요즘 드물게 「얘기다운」 얘기다.
개발경제의 기치가 드높던 69년 자그마한 시골마을을 무대로 한 소설의 화자는 열두살 진희.이 꼬마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보다 배는 조숙하지만 「양철북」의 오스카에 견주면 한결 또래다운 깜찍함이 반짝인다.
그 나이에 더 이상 성장할 게 없을 만큼 삶을 알아버렸다고 단언하는 영리한 진희.그 뒤엔 엄마가 전쟁통에 실성,딸을 집의 나무기둥에 묶어두고 자살해버린 상처체험이 감춰져있다.다락방에 깔린 대학생 삼촌의 책을 죄다 읽어치운 진희앞에서 어른들은 함부로 속을 드러낸다.고고한체 하는 이들의 심술과 허세가 남달리 통찰력있는 아이의 시선으로 익살스러우리 만큼 적나라하게 들춰지는 묘미가 읽는 이의 배를 움켜쥐게 만든다.
어디서든 볼 법한평범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엔 당시의 세태와 삶을 굴절시키는 구조적 힘에 대한 비판도 은연중 묻어나고 있다.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리는 광진테라(양복점)아주머니는 아이를 들쳐업은 채 터미널을 떠나는 버스가 일으킨 먼지구름속에 망연히 서서 고달픈 삶을 훌쩍 벗어나고픈 심사를 달랜다.육군상사였던 남편이 사병들을 기합주다 못을 밟아 파상풍으로 죽었어도 아들에게 뒤를 받들 장군이 되라고 당부하는 「장군이」엄마는 군사정치가 만연했던 당시의 웃지못할 삽화다.
그런가하면 윤정희·신영균 주연의 「여진족」이며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암호를 제목으로 딴「도라 도라 도라」 따위 영화,이성교제의 요긴한 수단이었던 펜팔 등이 당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진희의 대학생 허석에 대한 아련한 첫사랑,피부하얀 현석과의 키스 등은 이 책을 한편의 깔끔한 성장소설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전북 무주 적정산의 안국사에 틀어박혀 어떤때는 하루 2백장씩 써내려가며 두달만에 작품을 완성한 지은이는 이번 작품에잠시 얼비치고 있는 진희의 성년시대도 별개의 소설로 풀어 써 볼 계획이다.<손정숙 기자>
「소설이 너무 어려워진다」거나 「사설만 길고 알맹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찾아볼만한 소설.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바로 아기자기한 소설적 재미를 듬뿍 얹은 요즘 드물게 「얘기다운」 얘기다.
개발경제의 기치가 드높던 69년 자그마한 시골마을을 무대로 한 소설의 화자는 열두살 진희.이 꼬마는 「사랑방손님과 어머니」의 옥희보다 배는 조숙하지만 「양철북」의 오스카에 견주면 한결 또래다운 깜찍함이 반짝인다.
그 나이에 더 이상 성장할 게 없을 만큼 삶을 알아버렸다고 단언하는 영리한 진희.그 뒤엔 엄마가 전쟁통에 실성,딸을 집의 나무기둥에 묶어두고 자살해버린 상처체험이 감춰져있다.다락방에 깔린 대학생 삼촌의 책을 죄다 읽어치운 진희앞에서 어른들은 함부로 속을 드러낸다.고고한체 하는 이들의 심술과 허세가 남달리 통찰력있는 아이의 시선으로 익살스러우리 만큼 적나라하게 들춰지는 묘미가 읽는 이의 배를 움켜쥐게 만든다.
어디서든 볼 법한평범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엔 당시의 세태와 삶을 굴절시키는 구조적 힘에 대한 비판도 은연중 묻어나고 있다.
남편의 술주정과 폭력에 시달리는 광진테라(양복점)아주머니는 아이를 들쳐업은 채 터미널을 떠나는 버스가 일으킨 먼지구름속에 망연히 서서 고달픈 삶을 훌쩍 벗어나고픈 심사를 달랜다.육군상사였던 남편이 사병들을 기합주다 못을 밟아 파상풍으로 죽었어도 아들에게 뒤를 받들 장군이 되라고 당부하는 「장군이」엄마는 군사정치가 만연했던 당시의 웃지못할 삽화다.
그런가하면 윤정희·신영균 주연의 「여진족」이며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암호를 제목으로 딴「도라 도라 도라」 따위 영화,이성교제의 요긴한 수단이었던 펜팔 등이 당시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진희의 대학생 허석에 대한 아련한 첫사랑,피부하얀 현석과의 키스 등은 이 책을 한편의 깔끔한 성장소설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지난 여름 전북 무주 적정산의 안국사에 틀어박혀 어떤때는 하루 2백장씩 써내려가며 두달만에 작품을 완성한 지은이는 이번 작품에잠시 얼비치고 있는 진희의 성년시대도 별개의 소설로 풀어 써 볼 계획이다.<손정숙 기자>
1995-12-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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