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의 단식(사설)

전두환씨의 단식(사설)

입력 1995-12-09 00:00
수정 1995-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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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가 단식중이다.단식은 불만이나 저항의 뜻을 내포한 행동이다.그러므로 그것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발언의 길이 차단된채 명백하게 인권이 유린된 부당한 처사를 「밖」에 알리기 위한 수단이거나 항변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마지막 행동이다.그러므로 시작보다 끝내기가 더 어려운 수단이기도 하다.

전씨의 단식에는 그러기에 공감되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변호받을 권리를 누리며 으름장처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고향을 찾았던 그였다.그런 그의 단식은 어딘지 격앙된 성정의 노정으로 비치고 있다.

다중에 의한 여론재판으로 진상이 잘못 규명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잘못이다.전씨는 그런 현상에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시중의 여론이 다소 편향된 것이라 하더라도 전혀 근거없는 정서는 아니다.그에게서 풀어지기를 바라는 매듭이 있고 그것이 아직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큰 것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할수 있다.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전씨 자신이다.어느정도 풀리지 않고는 여전히 되풀이 될 응어리다.

여론 재판이 진상을 규명하는 데 방해가 안되도록 사회가 성숙해야 하는 것은 옳은 지적이지만 그것에 항변하기 위해 전씨가 「단식」같은 수단을 쓴다는 것은 책임질 사람이 오히려 성을 내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여론을 악화시킬 뿐이다.피해는 피해자에게서 고통이 나아야 끝나는 것이지 가해한 쪽의 뜻대로 끝낼 수가 없는 것이다.다른 업적으로 그것을 상쇄하자고 주장하거나 요구할 수도 없다.그것이 가해한 죄업의 무거움이다.

성정은 닳아오를 때와 식어질 때가 있다.그것을 깨달아 나서고 들어섬을 조심하는 지혜도 필요하다.「단식」같은 극한수단으로 분노의 회로를 가속시키는 일은 본인을 위해서도 이롭지 않다.지금은 역사의 제단에 겸허히 고개숙이고 기다려야 하는 때임을 깨닫기 바란다.

1995-12-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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