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들 뇌물상납 백태

재벌총수들 뇌물상납 백태

노주석 기자 기자
입력 1995-12-07 00:00
수정 199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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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무마형­가족과 재산상속 물이빚자 돈 검네/현물대납현­현금대신 시주금·CD등으로 상납/실속획득형­사업명 구체거명… 수주후에 사례금

재벌총수들이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한 방법 및 청탁내용,액수도 총수들의 성격과 경영스타일에 따라 각양각색,천차만별이었다.

노태우 전대통령의 공소장에는 구속된 노씨와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그리고 불구속기소된 금진호·김종인·이원조씨 등 권력자들과 재벌총수들 사이에 오고간 「뇌물커넥션」의 백태가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재벌총수들의 「뇌물상납」은 대략 세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본인이 직접 갖다주거나 아들,혹은 직계측근을 통해 노씨에게 돈을 건네고 대가를 직접 챙기는 형이 대다수인 반면 금진호·김종인·이현우·박승 전청와대경제수석 등 「중간다리」를 통했을뿐 대통령을 대면하지도 못한 총수(대농 박용학 회장)도 있었다.

직접 면담을 하지 못한 총수들중에는 「실세」 금진호 의원의 아들이자 자신의 회사직원(동부 김준기 회장),노씨의 동생 재우씨(대림 이준용 회장)를 통해전달을 부탁하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의 총수들이 돈을 주는 대가로 포괄적 의미의 선처나 특정사업에 대한 특혜를 부탁했지만 LG구자경 명예회장과 한일 김중원 회장,두산 박용곤 회장은 자신 및 회사의 약점을 들추지 말아 달라는 무마조의 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을 현금으로 건네지 않고 동화사 대불건립 불사의 시주금을 대신 내주었거나(청우 조기현회장) 70억원어치의 양도성예금증서를 전달한 경우(금호 박성용회장)도 있었다.

삼성 이건희회장은 모두 9차례에 걸쳐 2백50억원을 주었으면서도 본인이 직접 건넨 것은 단 한차례.거북스러운 돈심부름은 이종기부회장에게 맡겼던 것.

반면 대우 김우중 회장은 꼬박꼬박 자신이 직접 전달했다.한진 조중훈 회장,동아 최원석 회장,롯데 신격호회장도 마찬가지.

대우 김회장은 특히 진해 잠수함기지 수주와 관련,『경쟁관계에 있는 동아건설을 배제해준데 대해 감사한다』며 사례금 50억원을 추가로 지불,재벌총수들의 혐의내용 가운데 다소 돋보이게 적시됐다.

동아 최회장은 뇌물에 대한 대가를 끝까지 챙기는 수완을 발휘.최회장은 『진해 잠수함기지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대가로 30억원을 주었으나 이를 대우에 빼앗겼으니 91년 착공하는 충남 아산만 해군기지건설공사는 동아가 수주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하는 등 사업명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청탁했다는 것이다.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도 6차례의 「뇌물행차」가운데 동생 정세영회장에게 한번만 맡기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LG 구자경명예회장도 7차례가운데 3차례만 자신이 맡았고 나머지는 구평회럭키금성상사회장을 시켰다.

구명예회장은 특히 90년11월 청와대관저 준공기념 회식장에서 『과거정권은 군사독재정권』이라고 취중실언을 한 것이 노씨로부터 노여움을 사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92년 12월까지 2년여동안에 1백40억원을 바쳐야 했다.

한일 김중원 회장은 재산상속문제로 물의를 빚자 『동생들에게 재산을 분배하지 않고 모두 차지하려 한다는 풍문은 사실이 아니다』며 5차례에 걸쳐 20억원씩 모두 1백억원을 노씨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두산 박용곤 회장은 『낙동강 페놀방류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사죄한다』면서 20억원을 진상.

재벌총수가운데 유일하게 구속된 한보 정태수 총회장은 노씨를 직접 만나기 위해 이현우 실장 등을 통해 한번에 10억∼30억원씩 50억원을 건네야 했다.결국 청와대 안가로 초청받는 「행운」을 잡자 이를 놓치지 않고 노씨에게 1백억원을 주며 수서택지특별분양을 부탁했다는 것.

진로그룹 장진호회장은 단 한번 상견례에 1백억원을 건네는 「큰손」을 과시했다.<노주석 기자>
1995-12-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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