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의 대일 강경발언의 의미

김 대통령의 대일 강경발언의 의미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5-10-11 00:00
수정 1995-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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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일본 「수교 뒷거래」에 제동/쌀 추가지원 남북관계 무시에 불만 표출/북­미 핵협상때의 소외 재발 차단 의미도

김영삼 대통령은 10일자 일본경제신문과의 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을 일본측에 전달했다.마음을 먹고 말한듯,김대통령은 매우 직설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사용했다.김대통령의 메시지가 너무나 강렬해 일본측은 당황한 듯하다.

이날 회견에서 김대통령은 경제분야등 다른 한일간의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역시 초점은 남북한과 일본의 삼각관계 부분이었다.우선 김대통령은 『남북분단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못박았다.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원죄를 지적한 것이다.이러한 언급은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반성하는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김대통령은 이어 『남북대화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의 머리 위로 북·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 한국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킨다』면서 『남북의 문제는 남북에 맡겨달라』고 당부했다.김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에 북한과의 관계에서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대한 우리정부의 불만이 담겨 있다.

일본은 최근 미국과 경쟁한다는 인식을 줄 정도로 북한과의 수교를 서두르고 있다.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도 『남북관계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북관계의 개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누누이 강조해왔다.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일본이 우리의 입장을 도외시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는데 제동을 걸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이와 맞물려,일본이 최근 북한에 대한 추가 쌀지원을 결정한데 대해서도 우리정부는 불만을 갖고 있다.남북간의 북경 쌀회담은 안승운 목사와 우성호의 납북사건등으로 계속 삐걱거리는 상황이다.그런데도 일본이 수해지원을 명분으로 쌀을 추가 지원하면서 눈에 보이게 북한과의 수교 교섭을 서두르는데 대해 우리정부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그리고 일본의 이러한 태도는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원초적 의구심을 자극하고 있다.그것은 일본이 남북한이 통일돼 한반도에 강력한 단일국가가 형성되기를원치 않는다는 것이다.김대통령은 이러한 의구심을 『일본은 통일을 반대한다는 인상을 한국민에게 줄 수 있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핵협상 과정에서 우리정부를 소외시키기 위해 부단하게 한미 양국을 이간하는 술책을 부려온 점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또 일본이 접근하면 할수록 북한은 한일관계를 이간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 분명하다고 우리정부는 간파하고 있다.따라서 김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이간책을 쓰기에 앞서 일본의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이도운 기자>
1995-10-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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