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낙태」와 사회/최미애 충북여성민우회 공동대표(굄돌)

「여아 낙태」와 사회/최미애 충북여성민우회 공동대표(굄돌)

최미애 기자 기자
입력 1995-09-30 00:00
수정 199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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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부장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간 큰 남자 시리즈」가 바로 이런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다.그러나 과연 그런가? 과연 남성의 사회적,가정적 위치가 흔들리고 있나.여성의 지위가 그런 왜곡된 각본이 전달하려는 것처럼 남성을 압도하고 있는가?

서로 말 안하고 오로지 지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아낙태는 우리사회의 여성의 실제 지위를 잘 말해주고 있다.해마다 2만여명의 아이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15년 후에는 결혼연령에 있는 남자의 20% 이상의 결혼상대를 구하기 어려울 것은 분명하다.여성의 지위가 남자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라면 왜 그런 무자비한 일이 그리 횡횡하는가.

우리의 아이들은 여성을 놓고 자기들 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고 이는 가뜩이나 스트레스로 가득찬 남성들의 세계를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결국 힘이 있는 남자들은 몇명의 여자를 차지할 것이고 힘이 없는 남자들은 강요된 독신생활을 감수하거나 여성을 향해 폭행을 일삼을 것이다.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남성으로서 선택된 이들 앞에 놓인 것은 더욱 더 살벌해진 경쟁뿐이다.우리의 딸들은 이런 살벌한 세상에서 더욱 더 잘난 남성에게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존재,거리에서 더욱 더 조심해야되는 존재로 살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러한 일들이 예상되는데도 그래도 나만 아들나으면 된다는 사고는 오히려 미련하기까지 한듯하다.이런 개명천지에 그런 우매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루바삐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남성중심의 가족제도를 고쳐 딸을 낳아도 사회적으로나 가족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되어야겠다.

1995-09-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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