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95」 과연 환상적인가/이재일 과학정보부장(서울논단)

「윈도 95」 과연 환상적인가/이재일 과학정보부장(서울논단)

이재일 기자 기자
입력 1995-09-13 00:00
수정 1995-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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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운영체제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윈도95」는 과연 만능이며 완벽한 것인가.이같은 물음에 윈도95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사측은 그렇다고 우기겠지만 「실제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의 반응이다.

윈도95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소문만 요란했지 별게 아니며 오히려 결함투성이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출시되기 전부터 전세계 컴퓨터사용자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던 윈도95에 대한 환상은 깨지고 있으며,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아가고 있다.

윈도95는 우선 설치하기가 쉽지 않다.『초보자도 쉽게 PC를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광고와는 달리 사용에 앞서 설치하는 일 자체가 힘드니 불평을 살 수 밖에 없다.외신에서는 캐나다의 한 소프트회사 직원이 윈도95를 사서 이틀동안 20시간에 걸쳐 컴퓨터에 장착하려고 애를 썼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한다.

윈도95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기존컴퓨터에 보완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일도 사용자들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사는 486DX­66기종이면 윈도95의사용에 무리가 없다고 선전했지만 사용자들은 당초 기대했던 성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프로그램실행중 오류가 자주 발생해 초보자들이 쓰기에는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멀티스태킹(다중작업)속도도 느리다는 지적이 많다.

컴퓨터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것도 약점이다.윈도95는 무단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비표준 포맷방식을 택하고 있어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경우 기존의 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으로는 원상복구가 안된다.

이같은 결함들보다 더욱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점은 윈도95에 내장된 「위자드」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등록절차를 밟을 때 고객에게 성명·주소·전화번호·회사이름과 고객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관련한 모든 사항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그래서 윈도95를 쓰는 사람들의 신상과 사용자의 컴퓨터기종 및 소프트웨어,주변기기의 종류등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돼있다.

전문가들은 「위자드」프로그램이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한 회사가 수많은 정보를 독점하도록 만든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프로그램에 의한 정보유출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각계 전문가들로 「윈도95 연구반」을 구성하는 한편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가기간전산망과 관련된 정부및 공공기관에서의 공식사용을 유보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윈도95는 지난 달 24일 시판을 개시한지 4일만에 1백만개가 넘는 기록적인 판매량을 나타냈다.이는 지난 93년 MS­DOS6·0판을 판매하기 시작한지 40일만에 1백만개를 판 것에 비하면 엄청난 실적이다.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3천만개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능이 시원치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품은 팔리지 않는게 상식이다.그러나 윈도95는 이같은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판매량이 예상을 뛰어 넘고 있으며 문제점 역시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기묘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매상고를 올리는 데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홍보전략도 전략이지만 언론이 한술 더 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을 지닌다.

전세계 언론들은 윈도95의 선전내용을 아무런 여과없이그대로 인용보도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이것이 엄청난 광고효과를 올려준 셈이다.윈도95를 만든 사람이 바로 이 시대의 컴퓨터황제 빌 게이츠라는 사실이 언론의 판단을 흐리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언론의 이같은 보도행태는 결국 수많은 PC사용자들을 현혹시키고 나아가서는 「테크노피아시대의 지배자」가 되길 꿈꾸는 빌 게이츠의 야망만을 키워줄 뿐이다.

윈도95를 내놓으면서 『바야흐로 컴퓨터혁명이 시작됐다』고 큰 소리친 빌 게이츠.언제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만면에 미소짓는 빌 게이츠의 참모습은 아마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얼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995-09-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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