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일 유학생(한국속의 일본/일본속의 한국:18)

한국에선… 일 유학생(한국속의 일본/일본속의 한국:18)

이순녀 기자 기자
입력 1995-08-22 00:00
수정 199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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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배우자” 일 학생 「서울 연수」 급증/올 연대 어학당 3백여명 몰려/석·박사 전공자도 2백80여명/“반일감정 예상보다 심하다” 고충 토로

일본인 오가타 카오루(32)씨는 지난 6월로 우리나라에 온지 만 4년을 넘겼다.91년 6월 자비로 우리나라로 유학길에 나서 1년 6개월동안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뒤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3학기까지 마쳤다.그는 도쿄에 있는 동양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여행사에 취직,4년동안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유학에 나섰다.그가 늦깎이 유학을 결심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그는 중학교 때부터 한국인 친구들과 해외단파방송등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그대로 묻혀둘 수가 없었다.걸프전이후 경제계의 거품이 걷히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진 일본 국내의 사정도 그의 「탈출」을 부채질했다.

○유학생수 두번째

대학 때부터 전공인 법학보다 국제관계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오가타씨는 일본을 비롯해 동북아시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의 통합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그는 내년 이맘 때까지 석사학위를 딴뒤 고국에 돌아가 교편을 잡겠다는 계획이다.방학 때도 가족이 있는 도쿄에 가지않고 하숙집과 학교도서관을 오가며 논문준비에 여념이 없다.오가타씨처럼 국내 각 대학에 유학중인 일본인 학생은 어림잡아 2백80여명에 이른다.(94교육통계연보) 외국인 유학생으로는 5백여명의 대만유학생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이 가운데 10여명은 우리 정부가 국비로 초청한 유학생이며 나머지는 교환학생이거나 자비 유학생이다.

○매우 우호적인 편

그러나 방학을 이용해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단기유학생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연세대 어학당에만도 이번 여름학기를 수강하고 있는 일본인 학생은 전체 외국인의 절반을 넘는 3백여명에 이른다.해마다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수치다.

일본인 유학생에게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평균적인 일본인에 비해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것이다.상당수의 일본 젊은이들은 과거의 한·일역사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이고 관심도 없다.하지만 이들은 비교적 역사를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중·고교 때부터 교과서밖의 역사에 나타난 한·일관계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을 직접 방문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갈등 의외로 많아

지난 2월말 교환학생으로 이화여대에 유학온 사토 사쿠라(22·요코하마 페리스칼리지 국제문화학과 한국문화전공 3년)양도 마찬가지다.그녀는 고교 때 역사시간에 일제하의 한·일관계를 확인한뒤 큰 충격을 받았다.결국 한국문화를 전공으로 선택했으며 유학오기전 방학을 이용,2번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사토양은 『일본에 있을 때 같은 학과에 다니는 90명 가운데 한국문화를 전공하는 학생은 3명밖에 없을 정도로 대부분의 일본 대학생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소개했다.그녀는 『심한 경우 한국에 유학오는 학생들을 「한국병에 걸렸다」고까지 빈정대기도 한다』고 전했다.

오가타씨도 『일본 젊은이들 가운데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이는 과거 한·일역사나 한국문화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관광하기좋다거나 물건값이 싸다는 정도의 관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언어와 생활습관의 차이는 유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고충으로 치부한다 하더라도 일본인이기 때문에 부딪히는 한국인과의 갈등이 의외로 크다고 그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오가와 레이코(22·도쿄 쥬다쥬쿠대 국제관계학3년)양은 『이화여대앞에서 친구들과 일본말로 얘기를 하고 있는데 7살정도 되는 남자아이가 「일본인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해 너무 놀란 적이 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특히 이들은 평소에는 친절하게 대해주던 주위 친구들마저 일본 정치인이 망언을 했을 때에는 자신들을 어색하게 대하는 것같아 무척 섭섭했다고 지적했다.

오가타씨는 이런 점에서 『과거 역사에 대해 일본은 「의식 부족」상태인 반면 한국은 「의식 과잉」상태인 것같다』고 평가했다.와타나베 요시(28·연세대 신방과 대학원)양도 『한국인의 반일감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와보니 생각보다 더 뿌리깊은 것같다』고 놀라워했다.

○“새관계 정립” 주문

이들은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일본 정부가 전후 50년이 지나도록 과거 잘못에 대해 충분히 사죄하고 보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현실을 나름대로 인정하고 있다.하지만 세대가 바뀐만큼 새로운 한·일관계가 정립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그러기 위해서 한·일 대학생의 학문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1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곧 도쿄로 돌아갈 예정인 후지모리 도모코(25·여·게이오대학 법학과 박사과정)씨는 『일본에서는 드문 하숙생활을 하면서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너무 정이들어 다시 오고 싶다』는 말로 짧은 유학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광복 50년과 한·일국교정상화 3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가깝지만 먼 나라」로 남아있는 한·일 두나라.그러나 한국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한·일관계의 희망을 읽어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이순녀 기자>
1995-08-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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