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떠난 교포들이 소외된 삶 조명”/파리체재 경험 바탕 다양한 유형인물 돌출
『제가 워낙 게으른 데다 허약체질이거든요.신문연재 같은 장기 레이스를 잘 뛸 수 있을지 두려움부터 앞서네요』새달 1일부터 실리는 서울신문의 새 연재소설 「파도여,파도여」의 작가 김민숙(47)씨.대뜸 엄살섞인 첫마디를 꺼내놓지만 이 작가의 첫인상은 말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자그마하지만 다부진 체구에 목이 훤히 드러나도록 짧은 커트머리,가무잡잡한 피부와 초롱초롱한 눈빛….마치 자신의 인기소설 「내 이름은 마야」의 주인공처럼 아직도 짓궂은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소녀 같은 모습이다.
『지난 84년 13년간 다니던 잡지사에 사표를 던지고 파리로 1년 휴가여행을 떠났었지요.그 이후에도 긴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 작품은 그 때의 체험에서 우러난 것입니다』
소설은 파리에 유학온 한국 여학생 명화의 눈을 빌려 진행된다.여행사 가이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태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회의와 다투는 명화는 파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외국학생 중의 하나.그러나 그녀는 이곳에 건너와 있는 여러 한국인과의 만남을 통해 해외 한국인의 처지를 차츰 인식하게 된다.모처럼 한국을 벗어나 어떻게든 사랑이건 섹스건 「한건」해보려고 덤비는 염치없는 여행객에서부터 유학온 남편을 따라왔다 우울증에 빠져버린 아내,유학생과 사랑에 빠진 상사 주재원까지 모두 한국과 프랑스라는 이중구조 사이에 샌드위치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특히 모순되는 요구 사이에서 부대끼는 이같은 이방인의 괴로움은 에쓰코라는 재일교포 3세가 등장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험난한 여정으로 연결된다.
『소설속에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이곳으로 건너온 뒤 한국인만 만나면 허겁지겁 매달리는 여자 얘기가 나와요.이것은 실제로 파리 전철에서 저를 붙든 어떤 한국여자의 이야깁니다.모국의 품을 떠나 뿌리뽑히고 소외된 교포들에 대해 빚을 갚는 마음으로 쓰는 소설이 될겁니다』
지난 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지은이는 6.25가 가족사에 남긴 상흔을 다룬 「봉숭아꽃물」「시간을 위한 진혼곡」등을 발표,녹원문학상을 타면서 「여성이 아니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눈부신 감수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그가 쓴 청소년 소설 「내 이름은 마야」는 3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아 영화와 TV드라마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장편소설 「사막의 달」「그림자 밟기」「눈 내리는 아침의 잠」과 꽁트집 「담배 피우는 여자」등을 발간했다.
지은이가 좋아하는 작가는 솔 벨로와 밀란쿤데라.심각한 문제조차 희화화하는 시니컬한 문체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삶의 쓰라린 부분을 날카롭게 집어내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거대한 사회문제에 달려들기보다 한 개인의 상처와 방황을 진지하고 꼼꼼하게 묘사하는 과정에서 큰 얘기를 절로 따라오도록 하는 지은이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답이다.<손정숙 기자>
『제가 워낙 게으른 데다 허약체질이거든요.신문연재 같은 장기 레이스를 잘 뛸 수 있을지 두려움부터 앞서네요』새달 1일부터 실리는 서울신문의 새 연재소설 「파도여,파도여」의 작가 김민숙(47)씨.대뜸 엄살섞인 첫마디를 꺼내놓지만 이 작가의 첫인상은 말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자그마하지만 다부진 체구에 목이 훤히 드러나도록 짧은 커트머리,가무잡잡한 피부와 초롱초롱한 눈빛….마치 자신의 인기소설 「내 이름은 마야」의 주인공처럼 아직도 짓궂은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소녀 같은 모습이다.
『지난 84년 13년간 다니던 잡지사에 사표를 던지고 파리로 1년 휴가여행을 떠났었지요.그 이후에도 긴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 작품은 그 때의 체험에서 우러난 것입니다』
소설은 파리에 유학온 한국 여학생 명화의 눈을 빌려 진행된다.여행사 가이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태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회의와 다투는 명화는 파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외국학생 중의 하나.그러나 그녀는 이곳에 건너와 있는 여러 한국인과의 만남을 통해 해외 한국인의 처지를 차츰 인식하게 된다.모처럼 한국을 벗어나 어떻게든 사랑이건 섹스건 「한건」해보려고 덤비는 염치없는 여행객에서부터 유학온 남편을 따라왔다 우울증에 빠져버린 아내,유학생과 사랑에 빠진 상사 주재원까지 모두 한국과 프랑스라는 이중구조 사이에 샌드위치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특히 모순되는 요구 사이에서 부대끼는 이같은 이방인의 괴로움은 에쓰코라는 재일교포 3세가 등장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험난한 여정으로 연결된다.
『소설속에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이곳으로 건너온 뒤 한국인만 만나면 허겁지겁 매달리는 여자 얘기가 나와요.이것은 실제로 파리 전철에서 저를 붙든 어떤 한국여자의 이야깁니다.모국의 품을 떠나 뿌리뽑히고 소외된 교포들에 대해 빚을 갚는 마음으로 쓰는 소설이 될겁니다』
지난 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지은이는 6.25가 가족사에 남긴 상흔을 다룬 「봉숭아꽃물」「시간을 위한 진혼곡」등을 발표,녹원문학상을 타면서 「여성이 아니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눈부신 감수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그가 쓴 청소년 소설 「내 이름은 마야」는 3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아 영화와 TV드라마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장편소설 「사막의 달」「그림자 밟기」「눈 내리는 아침의 잠」과 꽁트집 「담배 피우는 여자」등을 발간했다.
지은이가 좋아하는 작가는 솔 벨로와 밀란쿤데라.심각한 문제조차 희화화하는 시니컬한 문체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삶의 쓰라린 부분을 날카롭게 집어내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거대한 사회문제에 달려들기보다 한 개인의 상처와 방황을 진지하고 꼼꼼하게 묘사하는 과정에서 큰 얘기를 절로 따라오도록 하는 지은이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답이다.<손정숙 기자>
1995-06-21 1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