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시대 백제 금동보살상(한국인의 얼굴:29)

사비시대 백제 금동보살상(한국인의 얼굴:29)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5-05-19 00:00
수정 1995-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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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럼 참는 듯한 웃음 인상적/복스러운 얼굴… 눈은 살포시 내리 깔아/오똑한 콧날에 가는 눈썹은 약간 휘어

불교조각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성물은 여래상과 보살상이다.여래는 극락에 있다는 아미타부처(아미타불)를 말한다.보살은 부처가 될 수 있는 위치에서 중생제도에만 열중하는 자비로운 존재다.굳이 설명을 더 하면 부처와 중생 사이에 보살이 있다고나 할까,오늘날 불교에서 나이먹은 여신도들을 보살로 대접한다.여기에는 보살의 역할을 강조하는 훈고의 의미가 담겼을 것이다.

고대에 조성한 보살상을 만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도 보살상이 지닌 매력이라 할 수 있다.충남 부여군 부여읍 군수리에서 출토된 국립부여박물관 소장품 금동보살입상(보물 330호)도 예외가 아니다.6세기경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 보살상은 연꽃무늬 디딤대를 합쳐 전체 높이가 11.2㎝에 불과하지만 웃는 얼굴이 지극히 인상적이다.그 기묘한 웃음에서 백제의 요소를 활짝 드러냈다.

얼굴 윤곽도 복스럽다.부드럽게 흘러내린 옷(천의)속에 벌레라도 기어든 탓인지 간지럼을 타는 듯한데,억지로 참은 웃음을 머금었다.옷자락 속에 들어가 보살을 간질여주는 미물의 벌레는 중생일 수도 있다.벌레조차 마다하지 않고 얇은 웃음을 얼굴에 담은 도량이야 말로 보살의 마음 그 것이다.이렇듯 서투러보이는 웃음을 미술사학에서는 고졸한 미소라고 표현하던가….

보살은 살포시 눈을 내리 깔았다.길고 가느다란 눈썹은 약간 휘어 생김새를 말하라면 청수미에 해당하는 눈썹이다.그래서 눈과 눈썹 사이,미첩간이 넓고 훤해보인다.보살 얼굴이 너그러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양 눈썹 사이 미간에서 시작한 코허리가 내려오면서 오뚝한 콧날을 이루었다.그리고 나서 귀엽게 마무리한 코방울과 웃음을 참느라 얇아진 인중이 가까이서 어울렸다.

이 보살상의 얼굴은 한마디로 때가 묻지 않은 무구한 표정이다.머리에는 보관을 쓰고 목에다는 목거리를 걸었다.어깨에 걸친 옷자락이 흘러내려와 배에 이르러 X자로 교차했다.또 몸의 윤곽을 따라 좌우로 내려온 옷자락 선의 끝은 마치 물고기 지느러미가 매달린 것처럼 마감되었다.이같은수법은 뒷날 일본의 목제보살입상에 그대로 옮겨갔다.

이 금동보살입상은 일제시대에 발굴한 절터에서 나왔다.발굴결과 절터는 남북일직선상에 중문,목탑,금당,강당을 배치한 1탑1금당식의 백제 전형적 가람이었다.금동보살입상은 목탑자리 주춧돌 밑에서 남석제좌불상(보물 329호)과 함께 발견되었다.절터에서는 이들 불상 이외에 연꽃무늬가 아름다운 서까래기와와 상자모양 벽돌 등이 나와 찬란했던 사비시대 백제 불교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 유적으로 평가된 바 있다.

이 절터에서 나온 불·보살상은 백제적인 특징이 가장 많이 내포된 불상이라고 한다.조각 전체에서 모난 구석을 찾아볼 수 없고 한층 정리된 입체적 표현 등을 그 특징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황규호 기자>
1995-05-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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