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매질의 지혜를 배우자(박갑천 칼럼)

회초리 매질의 지혜를 배우자(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5-05-10 00:00
수정 199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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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끝난 한 텔레비전연속극 생각이 난다.엄격하게 가정을 다스려가는 할아버지는 회초리를 마련해 두고 있었다.할아버지는 다큰 손녀를 회초리로 때린다.치과의사하는 아들도 그앞에서 종아리를 걷는게 아니던가.

30년쯤 됐을까.어떤 지방국립대학교의 학장집에 찾아간 학생들은 선거운 광경을 보았다.근엄하면서도 존경받았던 그학장은 노모앞에 불려가더니 꿇어앉아 꾸중을 듣고 있었다.한참뒤 밖으로 나온 학장은 회초리를 들고가 노모한테 드리면서 바지를 걷어올렸다.노모는 그 종아리를 사정없이 치지 않는가.학생들은 숙연해졌다.이 이야기는 곧장 학생들 사이에 왜자해졌고 학생들은 더욱더 학장을 존경하게 되었다.

전통사회 가정에는 회초리가 있었다.말일킨 아랫사람은 회초리를 맞는다.가령 조선 영조때 공조판서를 지낸 이기익의 집안을 보자.그의 손자 일제는 어려서부터 힘도 세면서 호탕했다.그랬기에 나중에 병사를 지내는 것이지만.나이 열댓살에 기생집을 간다.이를 본 포교들이 비웃고 빈정대자 모조리 박살을 내고서 담을 넘어 달아났다.한 포교가 판서공에게 일러바쳤다.그는 회초리로 흠씬 맞는다.금족령까지 내린다.(기문총화)

서울시내 국민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80% 가까이가 부모한테 매를 맞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런데 때리는 방법이 문제다.물건으로 치고 발로 차며 심지어 흉기로 위협한 경우까지 있다지 않은가.그에 대해 어린이들은 반발심을 느꼈다고 응답하고 있다.

옛사람들이 회초리를 마련한 까닭이 있다.화가난 섟에 반사적으로 손찌검하면 감정이 실리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었다.회초리는 감정을 걸러낸다.그러기에 때리는데도 정이 전달된다.거기에는 오직 훈육만이 있을 뿐이다.「소학」에 나오는 백유의 이야기는 그를 말해주는 회초리철학이다.

어느날 백유는 노모의 회초리를 맞고 운다.어머니가 물었다.전에는 맞아도 울지 않더니 오늘은 웬일이냐고.아들은 대답한다.전에는 매를 맞으면 아팠는데 오늘은 아프지 않으니 어머니 기력이 달리시는 것 같아서 울었노라고.오늘의 부모자식이 곱씹어봐야할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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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5-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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