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에 빛바랜 광주경선/한종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김심」에 빛바랜 광주경선/한종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한종태 기자 기자
입력 1995-04-27 00:00
수정 199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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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치러진 민주당의 광주시장후보경선은 예상대로 「김심」(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의중)의 지원을 업은 송언종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경선장은 「김심」의 소재를 확인하는 자리 같은 분위기였다.

정견발표에서 김옥천 후보와 정경주 후보는 자신들이 「김심」을 업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민주당이 사조직이냐.당원들의 권위가 무시되고 의사가 조작되고 있다.필요할 때만 써먹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못된 사고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었다.또 『이루 말할 수 없는 회유와 탄압을 받았다』(김후보),『모의원은 지구당 사무국장을 통해 특정후보를 찍으라는 지시를 했다』(정후보)고 「폭로」까지 했다.특히 정후보는 조직적 제한경선이라고 단정지었다.다분히 김이사장을 겨냥한 「위험수위」발언으로 읽혀졌다.

개표결과는 역시 이들의 예선탈락이었다(김후보와 정후보는 각각 40표와 28표로 3,4위에 그쳐 결선투표에도 나가지 못했다).그러나 구여권인사로 민주당에 갓 입당한 이영일후보는 김이사장 찬양 일변도의 연설을 한 때문인듯 의외로 많은 표로 2위를 기록,이변으로 지적됐다.그래도 김이사장과 광주의 특수관계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당위원장들은 물론 내빈으로 참석한 중진의원마저 「김심」의 전령을 자임한 현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6공때 체신장관을 지낸 송후보가 1차투표에서 96표로 1위를 했지만 과반수 획득에 실패,결선투표에 들어가게 되자 대회장은 술렁거렸다.혹시 「김심」에 대한 반란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이었다.더구나 송후보를 제외한 네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반송전선」을 구축하기로 약속한 터였다.

이때 김상현 고문이 발빠르게 움직였다.김고문은 자기 계보인 김후보를 조용히 밀실로 불렀다.이내 정후보도 불려들어갔다.순간 이를 지켜본 일부 대의원들이 『후농(김고문의 아호)이 장난친다』며 「김심」이 전달되는 장면에 야유를 보냈지만 그뿐이었다.방을 나온 후보들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반송전선은 유효한가』라는 보도진의 질문에 『표차가 너무 나서…』라고 말끝을 흐렸다.그리고나선 송후보 당선의 팡파르가 울렸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행사장을 나서면서 패자쪽인듯한 한 대의원의 『김심의 위력이 이렇게 센 동안은 자유경선은 불가능해』하는 독백이 귓전을 때렸다.
1995-04-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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