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양수/석지명 청계사주지·철학박사(굄돌)

무양수/석지명 청계사주지·철학박사(굄돌)

석지명 기자 기자
입력 1995-03-12 00:00
수정 199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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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사람에게 영원한 목숨을 주겠다고 약속한다.불교에도 무양수불 즉 헤아릴 수 없는 수명을 가진 부처님이 있다.

한 수도승이 도가 높은 선사님을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무양수를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선사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다시 물었다.선사님은 하늘을 바라보는 시늉을 했다.수도승이 세번째 같은 질문을 했을 때,선사님은 절 마당에 서 있는 돌부처를 손으로 가리켰다.

수도승은 그 돌부처를 바라보고 깜짝 놀랐다.자기는 지금 천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돌부처 앞에 있는 것이다.그렇게 긴 목숨을 자기가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그런데 또 다른 경탄이 뒤따랐다.하늘을 바라보고 「저 하늘의 목숨은 돌부처보다도 더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했다.또 땅을 내려다보았다.땅도 마찬가지다.자기가 날마다 그냥 지나치던 하늘과 땅과 모든 것이 헤아릴 수 없는 긴 목숨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승은 선사님이 첫번째의 물음에는 침묵을 지키고,두 번째의 물음에는 하늘을 바라보았으며,세번째의 물음에 돌부처를 가리킨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돌부처를 가리키고 하늘을 바라본 이유는 짐작할 수 있겠는데,첫번째 침묵의 의미가 떠오르지 않았다.

수도승은 그 자리에서 깊은 선정에 빠져들었다.얼마 후에 수도승은 두 손바닥을 쳤다.마음이 「나」라는 것을 지우고 고요해진다면,찰나에도 무량억천만년의 수명을 누릴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1995-03-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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