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각 외교」와 대사인사(청와대)

「4각 외교」와 대사인사(청와대)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4-12-30 00:00
수정 199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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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은 한승주전외무부장관을 좋아한다.깔끔하고 지적인 스타일을 대통령은 좋아한다.그의 재임중 업무평가도 대통령의 기대에 그리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한장관은 장관직을 물러나더라도 주미대사나 주일대사쯤으로 가지 않겠느냐 하는 예상이 있었다.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문민정부의 첫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정종욱씨도 비슷한 하마평에 올랐었다.그 또한 대과 없이 외교안보참모라는 어려운 자리를 소화했었다.그가 유임되지 않는다면 주요국 대사로 기용되는 것이 당연시됐었다.그런데도 28일 발표된 주요국 대사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주요국 대사 모두에 차관급 직업외교관들이 기용된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세계화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외공관들이 맡아야 하므로 정치적 비중보다는 커리어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조다.외교관 인사에 혁명이 일어났다는 평가도 있고 국가의 인재운용에 외교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하는 견해도 있다.

모두 이유가 있는 분석들이지만 대통령이 직업외교관들을 고집한 진짜 이유는 「나라의 자존심」 때문인 듯하다.청와대 참모들이 그렇게 분석을 하고 있고 그동안 김대통령이 주장해 온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말과도 맥이 통한다.

주요국의 대사란 자리는 화려해 보인다.그러나 실상은 주재국 외무부의 차관보들이 주된 대화 파트너들이어서 안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 많다.김대통령은 차관보나 상대해야 하는 자리에 장관을 지낸 인사를 보내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국가의 위상과 걸맞지 않고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정권창출 과정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었던 C모씨등도 주미대사등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학교로 돌아간 한전장관도 주요국의 대사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김대통령은 이런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관례를 깨고 차관급 인사들을 주요국 대사로 발령했다.

김대통령의 해외공관장에 대한 이런 인식은 정권출범 초기와는 다른 것이다.주미대사에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한승수현비서실장을 보냈었고,주중대사에도 당의 3역을 지낸 황병태씨를 기용했었다.때문에 주요국 대사는 차관급이면 된다는 인식은 그 뒤에 생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누가 그런 인식을 대통령에게 심어주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다만 청와대 참모들은 아니라는게 정설로 돼 있다.

대통령은 우리가 강대국이라고 생각한다.28일 기자단과의 송년오찬에서도 서울에 1백45개국 공관이 있는데 그런 나라가 몇 안된다고 했다.우리나라가 그렇게 중요한 나라라는 반증이라는 것이다.새해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겠다는 외국원수들이 너무 많아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고도 했다.우리에게도 도움이 돼야 하므로 「짜게」선정을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교역규모 세계12위국은 김대통령이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자주 쓰는 말이다.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지난 여름에는 『우리도 이젠 중요한 나라,강국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4강(강)외교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면서 『이제 4각(각)외교라고 쓰자』고 제안하기에 이른다.

한국은 위대한 나라라는 식의 인식이 반드시 좋은 것이냐 하는데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직업외교관들,그것도 차관급 인사들로만 주요국 대사를 채우는 일본식 인사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어찌됐든 대통령이 나라의 위상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점은 여러모로 국가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김영만기자>
1994-12-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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