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이탈 무력저지” 엄포용/러 체첸침공 배경과 전망

“소수민족 이탈 무력저지” 엄포용/러 체첸침공 배경과 전망

유상덕 기자 기자
입력 1994-12-13 00:00
수정 199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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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세 꺾어 협상고지 선점 포석/경제침체 따른 옐친 비판 해소 겨냥

체첸공화국에 대한 러시아군의 전격적인 무력침공은 체첸공의 독립저지를 포함,러시아 변방의 소수민족 이탈을 무력으로라도 막겠다는 「러시아식 해결」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은 체첸공에 대한 전면공격을 목표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체첸정부측의 기세를 꺾어놓음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이는 러시아가 체첸공의 수도 그로즈니를 포위한 뒤 『러시아는 체첸공과 예정대로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라며 체첸공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밝힌 성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체첸사태는 언제든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그러나 러시아가 수도 그로즈니로의 진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한편 12일의 평화협상을 예정대로 개최키로 한 사실은 전면전이 몰고올 파장을 우려,무력시위를 통한 강경책과 평화협상이란 온건책을 병행하겠다는 러시아의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전면적 무력침공으로 전쟁이 인근 회교권으로 확대되거나 게릴라전 등의 양상으로 장기화하는 사태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라초프 러시아국방장관의 공언대로 러시아는 군전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체첸공화국의 두다예프 정권을 쉽게 붕괴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체첸공이 결사적으로 저항한다면 대량 유혈사태는 불을 보듯 훤하다.

러시아는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면서 수도봉쇄를 통해 체첸공의 무릎을 꿇게 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따라서 체첸사태는 무력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러시아가 자국군대를 진격시켜 수도 그로즈니를 점령하는 대신 외부와 차단된 체첸공 스스로가 백기를 들고 나오는 지루한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석유매장량이 풍부하고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곳에 위치한 체첸공의 독립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민족들의 눈길이 집중돼 있는 체첸공에 대해 독립을 인정한다면 다른 회교 민족도 잇따라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도미노현상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강공책 구사는 옐친 대통령이 최근 취하고 있는 대내외 정책기조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최근 경제침체에 따른 불만이 커지고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신이 손상됨에 따라 자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데 따른 위기의식으로 자신의 통치능력 과시를 위해 체첸에 대한 무력침공을 전격 실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나토의 동유럽확대에 강력히 반대하고 영토분쟁이 일고 있는 발트 3국에 대해서도 『단 한치의 땅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때 체첸공화국에 대한 전격적인 무력침공은 궁지에 몰린 옐친 대통령의 승부수라고도 할 수 있는 것같다.<유상덕기자>
1994-12-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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