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계속 새 현장검증 연기/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참사 현장

도시가스 계속 새 현장검증 연기/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참사 현장

입력 1994-12-09 00:00
수정 199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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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서 2명이나” 가족들 오열/“혼인 앞둔 딸 혼수품 다탔다” 한숨

도시가스폭발사고로 폐허가 된 마포구 아현동일대 사고현장주변에는 사고후 하루가 지난 8일 하오까지도 생존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의 가족들이 구조작업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봤으며 사고대책본부는 사후수습에 나서는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하오 실시할 예정이던 현장감식은 사고현장의 잔류가스가 계속 새어나오는데다 수사대책회의가 길어져 결국 하루 더 늦추기로 결정.

그러나 일부주민이 이에 대해 『초동수사부터 늑장수사가 아니냐』며 비난하자 검·경은 『수사대책회의가 하오 늦게까지 계속돼 밤늦게 현장검증을 할 수 없어 현장검증을 하루 늦추기로 했다』고 설명.

○…이번사고로 숨진 한국가스공사 기전과 홍성호씨(32·서울 구로구 독산동)등 희생자 가족들은 전날부터 사고현장의 인근여관에 묵으면서 사체발굴작업을 초조하게 기다렸으며 일부 실종자부모는 실종소식을 듣고 집에 몸져누워 현장으로 나오지도 못했다고 가족들이 전언.

○…4명의 사체가 안치된 서대문구 홍은동 세림간호병원에는 신원이 확인된 2명 가운데 조수옥씨(38·식당업·마포구 아현동 604)와 같은 건물지하에 세들어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윤경한씨(38)가 함께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져 평소 알고 지내던 두 가족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

숨진 윤씨는 경남 합천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재단사자격증을 따 그동안 봉제일을 해오다 어렵사리 조그마한 공장을 차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평소 돈을 많이 벌어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는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아왔다』며 이웃주민들이 애석해 했다.

가족들은 윤씨의 은이빨을 보고 신원을 확인했다.

○…사고현장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이군자씨(52·여)는 자신의 두 딸과 함께 이날 상오7시30분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무너져내린 채 잿더미가 돼버린 자신의 집을 보고 망연자실.

이씨는 특히 내년 2월로 예정된 둘째딸(22·회사원)의 결혼을 위해 지난 8월말부터 마련해온 비디오세트·전기청소기·그릇세트·전기밥통 등 혼수품이 모두 못쓰게 된데다첫째딸(24·회사원)이 받아온 보너스 40만원 등 80만원이 들어 있는 지갑도 타버려 딸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주병철·김환용기자>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도시가스폭발사고 당일 근처 친척집에 놀러왔던 20대주부가 아들과 함께 행방불명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가 하면 한 40대 아주머니는 「실종 21시간」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등 실종자 가족들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고 직전인 7일 하오 2시쯤 두살바기 아들 윤상호군을 데리고 도로공원에서 10여m 떨어진 언니집에 놀러왔던 김인향씨(27·송파구 거여동 545의1)는 마침 언니가 문을 잠그고 외출한 상태여서 평소 안면이 있던 근처 분식집에 들어가 언니를 기다렸다.

그러나 잠시후 상호군이 자꾸 나가자고 칭얼대자 가게앞에 있던 공원으로 들어간뒤 이후 가족들과 전혀 연락이 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김씨의 남편 윤영수씨(30)와 언니 중경씨는 사고가 난뒤 김씨가 가있을만한 곳에 모든 연락을 취하고 밤새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을 뒤져보았으나행방을 찾지못해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한편 사고가 나기직전 『잠시 외출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간뒤 연락이 닿지않아 실종자로 처리됐던 백복순씨(47)는 행방불명된지 21시간만에 귀가해 가족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경남 삼천포에서 친정어머니와 사는 백씨는 외지에 사는 자식들을 보기 위해 지난달 중순쯤 서울에 올라와 아현동 도로공원 옆 자식들의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다 이날 하오 2시쯤 큰 딸 (25)에게 잠깐 나갔다오겠다며 외출한 뒤 행방불명됐었다.백씨는 『평소 몸이 안 좋아 한약을 달여먹고 있는데 이날도 잠실에 있는 친구집에 한약을 먹으러 갔었다』며 『약을 먹고 바로 잠이 들어 사고가 난 것을 오늘 아침까지 전혀 알지못했었다』고 말했다.<이순녀기자>
1994-1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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