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호씨 탈북지원 은인 있었다/성신여대 직원 최성규씨

조창호씨 탈북지원 은인 있었다/성신여대 직원 최성규씨

입력 1994-11-08 00:00
수정 1994-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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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 조선족 통해 보낸 서한 접수후 누나 수소문/6·25때 성신여고 근무한 창숙씨 찾아내 전달

조창호 소위(64)의 극적인 생환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주인공은 조씨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성신여대 총무과 직원 최성규씨(36).

7일 이 대학 한영환 총장(62)·안명수 교무처장(55)등과 함께 조소위가 입원중인 국군수도통합병원을 방문한 최씨는 한동안 말을 잊은 채 시리도록 푸른 가을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조소위는 92년 여름 북한을 방문한 중국의 조선족을 통해 실낱같은 기대속에 수취인을 맏누나로 「대한민국 서울시 성신여자대학 조창숙」앞으로 편지를 보냈고 이를 접수한 최성규씨는 수소문끝에 조창숙씨에게 전해줘 죽은 줄로만 안 동생의 생존사실을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알렸다.

당시 조씨는 16절지 한장에 앞뒤로 빼곡히 가족들과 생이별한 딱한 사연을 적은 뒤 가족을 찾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한국전쟁당시 맏누나 창숙씨가 성신여대와 같은 재단소속인 성신여고 가정과 교사를 지내고 있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조소위는 설혹 누나가 아니더라도 편지를 받은 누군가가 이를 전달해줄지도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다.

북녘땅의 조소위가 가진 그 가느다란 바람이 뜻밖에 교직원 최씨에 의해 기적같이 이뤄졌다.

처음 편지를 받아본 최씨는 중국 소인이 찍힌 편지를 「아무리 생각해도 예사롭지 않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 같아」 뜯어본 뒤 절절한 사연과 접하고는 밤새 콧잔등이 시큰했다.

『분단의 비극은 누구에게라도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조창숙씨의 소재파악에 나섰습니다』

4∼5일동안 교육부와 가정학회등을 통해 추적한 최씨는 조창숙씨가 건국대 가정대학장을 역임한 뒤 명예퇴직했다는 「반가운」 사실을 알게 됐다.

유난히 무더웠던 그 해 여름 최씨는 동생이 전쟁터에서 산화한 것으로만 여긴 창숙씨에게 일생중 가장 잊을 수 없는 하루를 선사했다.

「사자의 남매」는 그해 10월 중국을 방문,편지를 부친 조선족을 직접 만나 동생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뒤늦게나마 생명의 은인을 만나게 돼 기쁩니다.편지를 전달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생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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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1-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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