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나루/나루터:상(서울 6백년만상:62)

노들나루/나루터:상(서울 6백년만상:62)

한강우 기자 기자
입력 1994-10-05 00:00
수정 199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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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군사요충지 노량진의 옛이름/한양 입성 길목… 조정선 도승파견 관리/임금행차땐 나룻배 징발 배다리 가설

서울 성동구 광장동에서 영등포구 양화동에 이르는 경강에 있던 10여개의 크고 작은 나룻터 가운데 아직도 나루(진)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노양진뿐이다.

나루라는 지명에 걸맞게 인근에 노량진수산시장이 있지만 원래의 나루터는 한강시민공원으로 변해 옛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교통·군사의 요지이던 노양진을 옛날에는 노들나루라고 불렀다.

「노들」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관해선 두가지 설이 있다.그중 하나는 나루터주변에 백로가 많이 모여들어 「백로가 노닐 던 곳」이라는 뜻으로 노들이라 했으며 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노양이라는 주장이다.또 하나는 「노들강변에 봄버들 휘휘 늘어진…」이라는 노랫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곳에 수양버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수양버들의 버들과 노들이 뭔가 유사성을 가진 듯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고 한강변에는 원래 수양버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후세사람들이 오해를 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금의 용산구 서부이촌동 강변과 뱃길로 연결된 노들나루.당시 도성을 빠져나온 행인들을 건네주면서 도선료를 받았으며 조정에서는 도승이라는 관리를 파견,나루터를 관리하게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도승은 도성을 드나드는 사람 가운데 수상한 자를 적발하고 강물의 수위를 측량하는 한편 나룻배의 운항을 감독했다.사공들이 정원과 짐을 초과한다든가 뱃삯을 많이 내는 승객이나 이를 요구하는 비리를 저지른 사공을 적발,곤장을 때리게 했다.그러나 도승들은 뱃사공들과 짜고 웃돈을 받는 일이 다반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루 북쪽강변 즉 용산구 이촌동에는 사형장으로 쓰인 새남터가 있었다.세조의 즉위에 반대한 성삼문등 사육신이 이곳에서 효수됐고 병인양요 때는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사육신이 효수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 강건너 노들나루 언덕에 네개의 봉분이 만들어졌고 박씨지묘·성씨지묘등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성씨만 새겨놓은 비석이 세워졌다.매월당 김시습이 새남터에서시신을 수습,나룻배로 옮겨와 장사지냈다는 이곳이 지난 1977년 서울시에서 새롭게 단장한 사육신의 묘다.

노들나루를 통한 임금의 행차가 빈번해지면서 배다리(주교)가 놓여지기도 했다.배다리는 용산에서 노들나루까지 70여대의 나룻배를 이어 그위에 널빤지를 깔아 만들었다.배다리는 임금일행이 위엄을 갖추고 8열로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고 튼튼했으나 다리를 놓기 위해 경강의 나룻배를 모두 징발,원성을 사기도 했다.

노들나루는 서울에서 지방으로,지방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육운과 조운의 심장이었던 관계로 이곳에 교통수단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철교가 가설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결국 1900년 한강철교가 놓여지고 1905년 경부선,1917년 한강인도교가 건설됨에 따라 나룻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어 노들나루는 자연스럽게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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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운의 발달로 나루터의 명성은 사라졌지만 요즘도 노들나루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엔 수산물들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몰려 성시를 이루고 있다.<한강우기자>
1994-10-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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