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5조원 투입… 서독 성장기록 앞질러/탈불황에 동“푸대접” 서“희생양” 불만 줄어
오는 16일 총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있는 독일에선 요즘 정치 얘기를 화제로 올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독일경제가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어 보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각하기 어렵던 현상이다.유럽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데 힘입은 것이긴 하지만 최근의 독일경제는 부쩍 힘을 되찾고 있는 느낌이다.
이같은 경제회복세에 힘입어서인지 통일에 따른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다.아직도 구동·서독인들간의 갈등에 따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제로 남아 있음에는 변화가 없다.그러나 이같은 동·서독인들의 불만은 민사당(PDS·구동독 공산당)의 정계진출 가능성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비교적 제도권내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독일이 통일에 따른 문제점들을 해소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또 독일경제가 계속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그러나 통일을 이룬 뒤부터 지금까지 경제가 어렵든 어렵지 않든 독일정부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일관된 정책을 취해온 것이 요즘과 같은 국민들의 변화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91년은 제외하더라도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한 92년부터 구동·서독인을 가리지 않고 정부에 대한 불만은 터져나왔다.서독인들은 동독을 위해 서독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불만을 터뜨렸고 동독인들도 똑같은 국민대접을 받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2등국민 대접을 받을 바에는 무엇 때문에 통일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불만을 내뱉었다.
그러나 독일정부는 이같은 불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이미 통일 이전부터 세워졌던 계획에 따라 매년 1천5백억마르크(약 7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구동독 지역의 경제재건을 위해 쏟아부었다.독일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00년까지 계속 막대한 자금을 구동독지역에 투입한다는 당초의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의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까.94년 들어 독일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던 구동독지역에서의 경제성장이 구서독지역을 훨씬 뛰어넘기 시작했다.구동독을 위해 왜 우리가 희생돼야 하느냐는 불만을 털어놓던 구서독인들로서는 할 말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독일정부의 계산이 그대로 들어맞아 구동독이 앞으로의 독일경제를 이끌 기관차 구실까지 떠맡게 된다면 아직까지는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보이는 동서간 갈등과 같은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여기서 싹트고 있다.
지난 4년간 독일의 변화를 지켜보면 독일사회가 어떤 시간표에 맞춰서 움직여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된다.단기간의 시간동안에는 이같은 느낌을 갖기 힘들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이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오랜 기간을 두고 변함없이 추진되는 일관된 정책과 그 정책을 낳는 철저한 계산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일후에생길 갈등 문제의 해결은 차후문제로 치더라도 아직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요원한 상태에 있는 우리로선 진정 장기목표를 갖고 추진하는 통일정책이라도 갖고 있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부끄러운 생각이 앞설 뿐이다.무너져내린 냉전구조의 잔해 위에서 통일이란 단 열매를 손에 들고 활짝 웃는 독일인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보며 멀지않아 한반도재통일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에 가슴부풀었던 것도 벌써 4년전의 일이다.
그러나 김일성주석의 사망이란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남북한관계및 통일전망은 조금도 달라진게 없는 것같다.벌써 1년반 이상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마찰 속에서 한국은 뒷전으로 밀려난 인상만 남긴 채 여전히 긴장과 대립·비방의 범주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늦은 것만은 아니다.통일이라는 목표가 분명하고 제반여건을 고려한 정책이 수립되면 이제 우리도 끈질기게 그 정책에 매달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통일은 그야말로 한국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유세진기자>
오는 16일 총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있는 독일에선 요즘 정치 얘기를 화제로 올리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독일경제가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어 보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각하기 어렵던 현상이다.유럽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데 힘입은 것이긴 하지만 최근의 독일경제는 부쩍 힘을 되찾고 있는 느낌이다.
이같은 경제회복세에 힘입어서인지 통일에 따른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다.아직도 구동·서독인들간의 갈등에 따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제로 남아 있음에는 변화가 없다.그러나 이같은 동·서독인들의 불만은 민사당(PDS·구동독 공산당)의 정계진출 가능성이 눈에 띄게 커졌다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비교적 제도권내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독일이 통일에 따른 문제점들을 해소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또 독일경제가 계속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그러나 통일을 이룬 뒤부터 지금까지 경제가 어렵든 어렵지 않든 독일정부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일관된 정책을 취해온 것이 요즘과 같은 국민들의 변화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91년은 제외하더라도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한 92년부터 구동·서독인을 가리지 않고 정부에 대한 불만은 터져나왔다.서독인들은 동독을 위해 서독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불만을 터뜨렸고 동독인들도 똑같은 국민대접을 받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2등국민 대접을 받을 바에는 무엇 때문에 통일을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불만을 내뱉었다.
그러나 독일정부는 이같은 불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이미 통일 이전부터 세워졌던 계획에 따라 매년 1천5백억마르크(약 7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구동독 지역의 경제재건을 위해 쏟아부었다.독일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00년까지 계속 막대한 자금을 구동독지역에 투입한다는 당초의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의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까.94년 들어 독일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던 구동독지역에서의 경제성장이 구서독지역을 훨씬 뛰어넘기 시작했다.구동독을 위해 왜 우리가 희생돼야 하느냐는 불만을 털어놓던 구서독인들로서는 할 말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독일정부의 계산이 그대로 들어맞아 구동독이 앞으로의 독일경제를 이끌 기관차 구실까지 떠맡게 된다면 아직까지는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보이는 동서간 갈등과 같은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여기서 싹트고 있다.
지난 4년간 독일의 변화를 지켜보면 독일사회가 어떤 시간표에 맞춰서 움직여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느낌을 갖게 된다.단기간의 시간동안에는 이같은 느낌을 갖기 힘들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이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오랜 기간을 두고 변함없이 추진되는 일관된 정책과 그 정책을 낳는 철저한 계산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일후에생길 갈등 문제의 해결은 차후문제로 치더라도 아직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요원한 상태에 있는 우리로선 진정 장기목표를 갖고 추진하는 통일정책이라도 갖고 있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부끄러운 생각이 앞설 뿐이다.무너져내린 냉전구조의 잔해 위에서 통일이란 단 열매를 손에 들고 활짝 웃는 독일인들을 부러움으로 바라보며 멀지않아 한반도재통일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에 가슴부풀었던 것도 벌써 4년전의 일이다.
그러나 김일성주석의 사망이란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남북한관계및 통일전망은 조금도 달라진게 없는 것같다.벌써 1년반 이상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마찰 속에서 한국은 뒷전으로 밀려난 인상만 남긴 채 여전히 긴장과 대립·비방의 범주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늦은 것만은 아니다.통일이라는 목표가 분명하고 제반여건을 고려한 정책이 수립되면 이제 우리도 끈질기게 그 정책에 매달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통일은 그야말로 한국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유세진기자>
1994-10-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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