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건 고발의 용기 대견하다(사설)

목숨건 고발의 용기 대견하다(사설)

입력 1994-09-23 00:00
수정 199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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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우리에게서 삶의 의욕을 빼앗아갈만큼 모진 충격을 던져준 인간사냥의 범죄를 목격했다.그래도 그 악독한 범죄의 와중에서 천행이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우리는 발견했다.운이 사나운 것 말고는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이 악행에 강제로 가담하게 되는 불행에 휘말린 한 젊은 여성이 무서운 기지와 용기로 그 극악의 범죄를 이만큼에서 마감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그로하여금 거기 있게 한 것은 어떤 섭리가 아니었나싶을 만큼 그 일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상상할 수 없는 극악의 상황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탈출했다는 사실도 보통일이 아니지만 그러고서도 침착을 잃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은 겁에 질리고 사회성이 훈련되지 못한 젊은 여성으로서는 쉽게 가능한 일이 못된다.자신이 겪은 고통과 두려움만 생각하면 어디론가 피해서 숨어버릴 생각밖에 할 수 없는 게 고작이다.그런데도 시간을 단축하여 기민하게 행동한 덕에 그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보통의 정신력이 아니다.

많은 보통의 시민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계산하고 응당 해야 할 고발도 묵살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더구나 경찰력에 대한 불신까지 만연된 우리사회에서는 고발정신 같은 것은 발휘하지 않는 게 현명한 것처럼 왜곡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런 우리이므로 그에게 머리를 숙여 고맙고 대견함을 치하한다.

범인들에 의해 강제로 가담한 살인공범행위가 법으로는 어떤 해석을 하게 할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숭고하리만큼 훌륭한 용기와 의지가 법의 냉혹함에 의해 저버림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그래야만 앞으로 비슷한 경우에 처할 사람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의 우리사회는 매우 무신경한 결과를 빚는 경우가 많았다.기껏 고발이나 정보제공으로 시민정신을 발휘해도 그것을 잘못 관리하여 정보제공자가 역으로 보복의 희생이 되게 하는 경우가 흔하였다.국가사회가 보호를 책임지지 못하는 한 고발정신은 고취될 수 없다.

게다가 이 여인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개인적으로 겪었으므로 일생동안 그 악몽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그 점이 가슴아프다.그런 그가 우리 시민을 위해 바친 공이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다.그러려면 우선 그가 보복을 당하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그리고 그가 이룬 공을 높이 평가하고 그에 걸맞을 보상과 따뜻한 보살핌이 있어야 할 것이다.하루빨리 악몽을 떨칠 수 있게 위로하고 안정시키는 일에 국민적인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1994-09-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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