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압력과 정명훈씨의 국적(객석에서)

퇴진압력과 정명훈씨의 국적(객석에서)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4-07-07 00:00
수정 199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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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바스티유오페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정명훈씨를 말할 때 흔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라는 수식어를 붙인다.그 만큼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존재이다.

그런데 정씨가 지금 바스티유극장측으로 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다.오는 2000년까지로 되어 있는 계약기간을 3년 줄이고 연봉은 절반으로 삭감하며 레퍼토리와 연주자 선정등에서 손을 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을 맺자는 것이다.시한은 오는 13일까지다.정씨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한 만큼 그때까지 그냥 손털고 나가라는 통보나 다름없다.

이같은 소식에 대한 국내의 반응은 당연히 즉각적이다.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바스티유극장은 프랑스의 국가기관으로 극장측의 요구는 곧 프랑스 정부 당국의 요구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그러므로 프랑스 당국의 사리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 우리 정부도 어떤 경로로든 입장을 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극단적인 사람들은 우리 정부도 이미 프랑스제 TGV(테제베)로 결정된 경부고속전철 차종을재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여론에 따라 정부 관계부처에서도 즉각 상황 파악에 나섰으나 처음부터 벽에 부딪쳤다는 후문이다.바로 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가 미국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미국국민에 관한 문제로 한국정부가 프랑스측에 외교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우리가 약소국 시절 정씨는 미국국적의 음악가로 활동하며 많은 혜택을 입은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이제는 같은 이유로 프랑스측에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 만큼 성장한 대한민국의 국가적 지원을 받지 못할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씨가 바스티유를 박차고 나온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그가 바스티유를 키웠지 바스티유가 그를 키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씨가 오페라에 얽매였던데서 벗어나 더욱 폭넓은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1994-07-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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