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맑아진다 일기를 씌우자(박갑천칼럼)

사회가 맑아진다 일기를 씌우자(박갑천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4-06-08 00:00
수정 199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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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수로 시집 몇권을 내고 잡지에 평론을 몇편 쓴 정도의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간 사람이 H.F.아미엘이다.그는 고독한 생활에 젖어 결혼도 않은채 일생을 마쳤다.그런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죽은 다음에 발표된 「일기」때문이다.

『…일기는 고독한 사람의 마음의 벗이면서 위로의 손길이자 의사이기도 하다.날마다의 독백은 축도의 한 형식이기도 하고 영혼과 그 본체와의 대화이기도 하며…』.일기를 쓴다는 것은 꿈을 꾸기위한 방법이며 번잡하지 않은 놀이라고도 그는 말한다.

나날의 기록이 일기이다.나날이 일어난일,경험한일,생각한 일등에 대해 형식에 매임이 없이 적는 주관적인 글이다.원칙적으로는 남에게 보이고자 쓰는게 아니라는 점에서 자유롭다.고해적인 성격을 띠기도 한다.아미엘같이 거기에 모든걸 털어놓으면서 후련함을 느끼게도 되는 글이 일기이다.

하지만 그같이 사적인 성격을 띠는 것 말고도 적는 형식이 공적인 성격을 띠는 것도 있다.율곡 이이의 「석담일기」나 음애 이자의 「음애일기」같이 당시의 조정사정을 기록한 것이 그것이다.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같은 전쟁일기를 비롯하여 금남 최보의 「표해록」이나 각종 수신사일기·연행록… 따위도 사적이면서 『보이기 위한』공적인 성격이 짙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일기 가운데 특출한 것이 5대 1백17년 동안 하루도 거름이 없이 써내려온 경북 예천의 미산 박득령 집안 대하일기 「저상일월」이다.서울신문에 연재됨으로 해서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 「저상일월」은 한집안의 대물림 일기이면서 우리 근세사의 안팎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이렇게 대를 물려가며 쓴 일기는 아마 그유례를 다른데서는 찾기 어려울 듯하다.

「인간성회복 실천운동 추진협의회」에서 「사랑의 일기장」운동을 4년째 펼쳐오고 있다고 한다.전국의 국민학생 20만명에게 일기장을 무료로 보내어 쓰게 한다는 것인데 그것을 받아서 쓴 어린이들의 생활예절은 몰라보게 좋아져 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보람이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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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면 무엇보다도 문장력이 향상된다.국민학교부터 대학 나올 때까지 쓴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작가로 될수 있을 것이다.그뿐 아니다.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게 트이면서 변별력이 성숙해 간다.날마다의 성찰은 영혼을 맑힘으로써 신에게 가까워지게도 할것이다.일기를 쓰는 사회의 혈행은 맑아진다.청소년을 포함한 국민모두가 일기를 써나갔으면 한다.
1994-06-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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