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우수하다는 남의 칭찬에(박갑천 칼럼)

한글 우수하다는 남의 칭찬에(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4-06-04 00:00
수정 199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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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일단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입에 발린 말인줄 알면서도 헤벌쭉해지는 것이사람의 덩둘한 마음이다.그런터에 더구나 그칭찬이 구체성을 띠면서 깊이까지 곁들인 것일때 기쁨의 돗수는 진해질 밖에 없다.그래서이런 종류의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처세술 제1조는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과학전문잡지「디스커버리」최신호가 우리 한글을 격찬하는 글을 실었다.『…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글자이며 그 독창성과 기호배합의 효율성면에서 특히 돋보인다』고 찬양한다.그러면서 홀소리(모음)와 닿소리(자음)가 쉽게 구별되고 닿소리의 꼴이 발성기관(발성기관)의 위치를 말해 준다는등 구체적인 장점에 대해서까지 언급한다.미인도 칭찬은 기뻐한다지 않던가.역시 기쁘다.

「디스커버리」지가 찬양한 점들은 훈민정음 해례의 제자해에 자세하게 밝혀져 있다.『하늘과 땅의 이치는 음양오행일 따름이니 정음 28자는 각각 그 꼴을 본떠 만드니라』로 시작하여 글자에 대한 풀이를 해나간다.어금닛소리(아음)ㄱ은 혀뿌리가 목구멍 막는 꼴을 본뜨고 혓소리(설음)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꼴을 본떴으며 입술소리(순음)ㅁ은 입의 꼴을 본떴다…는 따위.

세계의 글자는 지금 쓰고 있는것,잃어버린것,풀어읽어내지 못한것…등까지 쳐서 약4백종이 된다고 한다.그런 글자의 발달단계를 외솔 최현배는 넷으로 나눈다.맺음글자(결승문자)­그림글자(회화문자)­뜻글자(표의문자)­소리글자(음성문자)가 그것이다.소리글자는 다시 낱내글자(음절문자)와 낱소리글자(음소문자)로 나뉘는바 전자가 일본의 가나(가명)와 같이 한글자가 한음절을 나타내는 것이요,후자는 한글이나 알파벳과 같이 한글자가 하나의 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다(「한글갈」에서).한글이 문자발달단계상의 으뜸자리에 있음을 말해 주는 글이다.

한글은 그러나 알파벳­로마자보다 더 다양한 표음능력을 지녔고 하나의 글자는 하나의 소리만을 낸다는 점에서 더욱 뛰어나다.거센소리(격음:ㅋ·ㅌ·ㅍ)와 된소리(경음:ㄲ·ㄸ·ㅃ)가 구별되고「어」「으」등을 표기할수 있는것과 유럽말의 표기법을 비교해 보면 알수 있겠다.영어만 놓고 봐도 그렇다.「A」가「아·에이·애·어」로,「C」가「ㅋ·ㅅ」으로 소리나는 것과 한글의 한글자한소리(일자일음소)표기의 차이는 크지 않은가.「디스커버리」의 찬양 이전에 수많은 찬탄이 있어온 까닭이 이런데에 있었다.

훌륭한 글자는 훌륭한 말과 훌륭한 문화를 갈무리할수 있게 돼야 한다.훌륭한 것을 훌륭한 것으로서 빛내어야 할 책무는 우리들 모두에게 있다.
1994-06-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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