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중산층 늘어난다(현장/세계경제)

개도국 중산층 늘어난다(현장/세계경제)

박희준 기자 기자
입력 1994-05-21 00:00
수정 199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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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성향 급신장/전문가집단 양산/동아지역 GNP 해마다 6.5% 증가/중국 8천만·한국 1천2백만명으로/세계의 소비경제 좌우할 잠재세력 부상

『개도국 중산층을 주시하라』80년대 이후부터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산층을 두고 선진국이 하는 말이다.이들의 걸신들린 듯한 소비욕을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이 집단의 전문가들이 장차 경쟁상대라는 인식에서 나온 경계심리가 복합된 말이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NICS」「세계 10대시장 」등의 호칭으로 모범적 경제성장의 표본이 된 동아시아지역은 지난 83년부터 93년까지 10년동안 1인당 연간소득이 매년 평균 6.5%(중국 8.5%)씩 늘어나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닦아왔다.80년대 후반 해체된 동구와 구소련을 제외한 지역의 개도국들은 향후 10년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연4.8%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될만큼 성장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물론 이 지역 개도국들은 대부분 성장주도형 정부 경제정책의 산물이지만 이 정책을 수행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산층에서 배출됐다.이들은 국영기업 민영화에 적극 참여하고 국가의 대외무역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동시에 그동안 맛보지 못한 정치적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즉 이 지역 중산층은 개도국의 발전주체이면서 동시에 개도국 성장의 부산물을 자양분으로 새로 생긴 막강한 소비자 군단이 된 것이다.

개도국 중산층의 특징은 한마디로 GDP 성장률을 앞지르는 엄청난 소비성향이다.미국의 경제전문 「포천」지 최신호는 실질구매력 지수를 근거로 대략 1만∼4만달러의 연간소득을 올리는 집단을 중산층으로 규정하는 정의를 원용해 관심을 모았다.이 분류법에 따르면 중산층의 총 숫자는 중국이 8천3백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인도(3천2백만명),브라질(1천7백만명),인도네시아(1천6백만명),멕시코(1천3백만명),한국(1천2백만명)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킨지사 보고에 따르면 이들 개도국들의 실제 중산층의 기준은 서구 선진국의 소득규모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또 나라마다 다르다.중국에서는 연소득이1천달러면 중산층으로 간주되고 폴란드는 3천달러선,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월1백40달러의 쇼핑청구서가 있는 가정은 여지없이 중산층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자동차판매량은 미국에서 4%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히려 19% 늘어났고 휴랫패커드사의 컴퓨터도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에서 각각 45%,58%씩 판매신장률을 기록한데서 보이듯 이들의 소비규모나 양태는 선진국과 거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개도국 중산층의 구매력을 지탱하는 돈주머니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포천은 이를 물가(생활비)에서 찾는다.중국소비자들은 임대료및 교통,의료및 교육비등에 미국인들이 총수입의 45∼50%를 지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5%만 투입한다.아시아의 개도국들도 중국보다는 높지만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25∼40%를 지출,적은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재량소득」을 확보한다는 것이 그 비결이다.

인도네시아의 중산층은 월2백40∼3백50달러 정도의 생활비로도 1천6백여만명의 중산층중 94%가 컬러TV를 갖고 있으며 3분의2가 승용차를 소유할 수있다.

개도국 중산층의 소비를 늘린데는 대가족적 생활양식도 기여한바 크다.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은 임대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고 맞벌이부부는 아기돌보는 비용을 별도로 지출할 필요가 없어 그만큼 소비여지가 커진다.

이에따라 「P&G」와「질레트」「훨풀」등 다국적기업들은 이들의 소득수준이 증가해도 자사제품을 소비하도록 다양한 가격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개도국 증산층들은 이제 경제력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엘리트 독주의 경제정책에 제동을 걸고 경제개방정책에 적극참여 관세인하와 소득세인하를 추진했다.또 각종 편의점과 가전제품 덕분에 가사에서 해방된 여성전문인력의 진출도 두드러진 현상이 됐다.

이같이 개도국 중산층들은 선진국으로 향한 평탄한 길을 달리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세계 소비경제를 좌우할 잠재세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그러나 이들 개도국들에는 멕시코의 「치아파스」봉기처럼 빈부갈등과 같은 해묵은 문제의 해결이 선결과제 남아 있다.<박희순기자>
1994-05-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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