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실종」 끝내라/박대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정치실종」 끝내라/박대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박대출 기자 기자
입력 1994-05-11 00:00
수정 199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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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대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여와 야의 지루한 「증인채택싸움」으로 시작도 못하고 겉돌고만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조계사폭력사태등에 대한 진상조사활동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3일 국회가 이들 사안의 전말을 파헤치겠다고 나선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안개 속을 헤매고만 있는 것이다.전·현직 고위 정치인이나 관리들을 증인및 참고인으로 채택하느냐,마느냐 하는 민감한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가 한치의 양보도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줄다리기는 식상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민주당은 사안마다 이사람 저사람 모두 불러내야 한다고 외쳐대며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민주당은 그러면서 민자당이 진상규명을 외면하고 있다고 몰아붙인다.이에 대해 민자당은 『증거가 없다』『책임지고 물러난 인사』『본질을 벗어난 증인』이라는 이유를 들어 무더기 증인채택에 반대하고 있다.민주당은 정치공세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민자당은 『해봐야 득될 것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여야의 구태의연한 협상태도 때문이다.물론 서로의 주장이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그러나 협상이란 상대가 있으며 주고받는 게 본질이자 순리일 것이다.「협상으로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이런 협상의 ABC를 모를 리가 없다.그런데도 민자·민주 양당은 지금까지 『내 주장은 이러니 당신네들이 받아주는 것만 남았다』고 버티고 있다.도무지 양보의 유연한 자세라고는 서로가 털끝 만큼도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여야는 이들 사안이 어떠한 것들인지를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상무대사건 국정조사는 물론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조계사사태및 정치사찰의혹 등에서 민주당은 모든 의혹을 들춰내고자 하는 것이고,민자당은 결백함으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야가 모두 나라 밖으로부터 거세게 밀려드는 도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를 채찍질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정치권 스스로 자세를 가다듬어 하루빨리 대책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함은 물론이다.

여야 모두는 이 때문에 장기화되고 있는 「정치실종」이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집 때문임을 깨달아야 한다.그렇지 못하면 계속 직무유기를 범하게 된다.
1994-05-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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