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는 박애정신으로 이어진다(박갑천 칼럼)

효는 박애정신으로 이어진다(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4-05-07 00:00
수정 199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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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에는 고개 갸우뚱거려지는 현상이 더러 있다.신비성을 부여 할 만한 경우들이다.우연이라 하기에도 그렇다고 필연이라 하기에도 불가해한 점은 남는 그런 오묘한 일이다.

근자에 주변사람(넷째처남 부부)에게서 그걸 본다.그들이 결혼한 지는 16년.그런데 아기가 없었다.그런 그들이 노모(나로서는 장모)를 모시고 살았다.요즈음 세상에서는 보기드문 효자·효부였다.장모님은 아흔이 넘게 사시다가 지난해 8월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실 무렵 해서는 대소변을 못가리는 치매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장모님은 당신을 모시는 넷째부부에게 자식이 없는 것을 늘 가슴아파 했다.그게 한이었다.그러던 그가 돌아가시면서 그들에게 아기를 점지해 주었다.따져보자니까 운명하시기 한달 남짓전 입원했을때 당신의 며느님은 임신한 것이었다.얼마전 이 40대의 임부는 제왕절개로 옥동자를 낳았다.장모님의 환생인가 싶게 닮아보인다.이를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효도를 버력이나 복락과 연관지어 생각할 일은 아니다.그와는 관계없이 자식으로서 다 해야할 덕목이기 때문이다.그러나 가령「삼국유사」에 보이는 손순·운오부부 얘기만 해도 사실여부를 떠나 그같은 연관성을 느끼게 한다.­그들의 어린아이가 노모의 음식을 가로채 먹으므로 민망히 여긴 부부는 아이를 묻을양으로 취산에 올라 땅을 판다.그러자 거기서 석종이 나오고 그들은 아이를 업고 귀가하여 종을 쳤더니 소리가 아름다웠다.이 종소리를 들은 흥덕왕은 사자를 시켜 알아보게 했고 감동하여 상을 내린다.

이 얘기는 한나라 때의 효자 곽거의 황금솥 고사와 비슷하다.그러니까 그를 본떠서 지어낸 얘기일수도 있다.그렇게 중국 것을 본뜬 얘기는 그밖에도 있는 것 아니던가.병든 노모가 한겨울에 잉어를 먹고싶다 하여 효자가 강에 가서 하늘을 보고 눈물지었더니 잉어가 얼음위로 뛰어오르고,역시 한겨울에 죽순이 먹고싶다 하여 대밭에 간 효자앞에 죽순이 솟아올랐다는 따위.설사 효를 장려할 목적으로 지어낸 얘기들이라 해도 효성에는 하늘도 감동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뜻이 크다고 하겠다.

「예기」나「효경」은 자신의 노고를 잊고어버이 봉양하는 것을 가리켜 소효라 했다.이 작은 효도가 마침내 박애정신으로 발전하는바 그것이 대효다.제 어버이 위할줄 아는 사람이면 인의에 눈뜨면서 인류공영에도 이바지하게 된다는 뜻이었다.지상낙원이란 모든 어버이들이 기쁜 사회이다.내일이 어버이날이다.
1994-05-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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