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살구여성회」,돋보이는 생활교육

서울 구로구 「살구여성회」,돋보이는 생활교육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1994-04-28 00:00
수정 199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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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서민주부에 활력 일깨워/한글·영어·세제강좌 2백여명 수강 열기/봉사·환경운동 벌이며 이웃관계 돈독히

『회의 진행…태어나서 처음 해봤죠.사회 돌아가는 모습도 어렴풋이 알 것같아요』,『아이들에게 「신문」은 당연히 「아빠의 신문」이었지요.이젠 바뀌었답니다』

서울 구로구 시흥동에 자리한 지역여성 모임 살구여성회(살기좋은 구로지역 만들기 여성회·회장 김주숙)회원들의 한결같은 자랑이다.

최근 서울 구로동 여성복지회관과 노원·도봉지역 여성민우회등 각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의 여성조직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지역 특성상 결혼 10∼15년사이의 서민층 주부들이 중심으로 모인 살구여성회는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보기 힘든 따뜻한 이웃관계를 가꾸어 나가고 있다.

지난 91년 이지역 터줏대감격인 한신대 김주숙교수와 여성운동을 해온 정외영씨등 10여명이 주축이 돼 한글과 한문 영어등 기초 과목 수강생 20여명으로 시작한 살구여성회는 현재 정회원 95명,매기 수강생만도 2백여명에 이른다.그림그리듯 쓰던 한글과 한문을 유창하게 읽고 쓰게된 늦깎이 주부들의 앎에 대한 기쁨과 함께 육아문제 고부간문제등에 대해 서로가 상담자 역할을 함으로써 강한 소속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져 전문가를 초빙하는 연 3회의 주부대학을 개최,세금제도및 여성학등의 교양강좌를 마련해 좀더 알고자 하는 회원및 지역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글 영어등 학습강의는 전직 교사인 회원 주부들이 도맡아 한다.물론 무보수다.주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가르치는 이들 「명교사」들 덕분에 주부학생들의 학습진도는 빠른 대신 가끔 강의가 삼천포로 빠지게 되는 우스운 경우도 종종 있다고.

최근에는 교육부 환경모임 지역봉사모임 독서모임 등산모임등 6개 분임조를 만들어 바자회 알뜰시장 개설등 그야말로 살기좋은 구로지역을 만들기 위한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서민층 주부,특히 요즘 신세대 주부와 달리 아이와 남편중심의 생활에 자신을 잊고산 40대 주부들은 뒤늦게나마 자신을 찾고 배우겠다는 욕구로 가득 차있습니다.그러나 백화점·언론사의 문화센터등 많은 문화시설로부터 지역·경제면에서 소외돼 있는 경우가 많지요』

살구여성회 부회장 정외영씨는 『스스로를 못 미더워하고 움츠리며 이곳을 찾았던 많은 주부들이 당당하고 활기차게 변화하는 모습은 놀랄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살구회 회원여성중에는 어린이 가정학습지를 돌리면서 한글을 몰라 그림으로 이집 저집을 표시했던 주부,공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영어 상표를 모두 거꾸로 박음질 해 망신을 당했던 주부,옆집 주부와 친하게 지내다가도 더 친해지면 자신의 무식함이 탄로날까봐 피했던 경험이 있는 주부등 배우지 못해 가슴아픈 애환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많다고.(02­895­5973)<김수정기자>
1994-04-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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