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관」보다 신선한 「여시장」(송정숙칼럼)

「여장관」보다 신선한 「여시장」(송정숙칼럼)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4-04-21 00:00
수정 199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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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장」,듣기에 신선하다.몇명의 여성장관보다 더 참신한 기대감이 든다.여성이 시장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대서가 아니다.또한 「시장」이 「장관」보다 직함이 더 높거나 인기가 있어서도 아님은 물론이다.이 신선성은 전재희라고 하는 특정인과 무관하지 않다.왜냐하면 그는 공직자가 되는일을 목표삼아 계획적으로 도전하고 성장해온 전문인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민정부가 여성시장을 한두사람 배출하고 싶어도 알맞게 대기중인 인력이 없었다면 이런 인사는 어려웠을 것이다.그런 뜻에서 「여성장관감」보다 「여성시장감」이 쉽지 않다고 할수있다.여시장의 출현이 각별하게 반가운 것은 그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 문제를 여권운동적 시각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마의 슈퍼301조」와 씨름할 때부터 UR의 고달픈 협상들로 국제회의에 대비하는 일에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선진국의 유능한 여성대표들과 진땀나는 실랑이를 했던가.그럴때마다 우리 남성들은 다루기 버겁고 유난히 큰 「서양여자」가 『잘못나온 대표』라도 되는듯 불만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같았다.그러나 그럴 일이 아니었다.그 많은 탓이 우리의 여성인력 활용의 빈곤에 있음을 진작에 깨닫고 대응했어야 했던 것이다.여성동료가 예사롭고 여성대표에 대한 낯가림이 없도록 평소에 순치되었더라면 협상테이블에서도 유리했을 것이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성장하여 중간간부 과정을 충분히 거친 본격적인 여성인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이제 불가피해진 것이다.신임 전시장은 거기에 합당한 인력이다.

그렇잖아도 아득한 승진의 기회를 여성동료가 앞질러 차지하고,여성상사 앞에서 「쩔쩔매며」 부하노릇도 해야하는 시대가 와버렸음에 살맛이 안난다는 남성도 적잖을 것이다.그렇다고 집에 들어가봐야 요새 가정에는 아버지들 자리가 그리 확고한 것도 아니다.아이들에 치이고 아내에 밀린다.TV드라마에서조차 젊은여자가 남자의 따귀를 철썩철썩 올려붙이는 장면이 빈번한 시절이다.그뿐인가,직장에서 「다소간」의 성희롱을 했대서 법정에 끌고가 「선생님」이기도 한 상사에게 수천만원의 「창자료」를 물려버리는 여성들이 생겼다.하다못해 옛날처럼 월급봉투라도 수송하던 시절에는 그날 하루만은 남편의 권위가 설수 있었다.

『옛소,월급.이거 벌자고 내가 얼마나 수모를 견디는지 알아.하루에도 몇번씩 때려치우고 싶어도 토끼같은 자식이랑 여우같은 마누라얼굴이 떠올라서 참아라,참아라하며 살지.그러니 피나게 알뜰하게 써요…』어쩌고 할 수도 있었다.아내도 그날 하루만이라도 고맙고 안쓰럽다는 시늉을 해주었다.그러나 이제는 대부분의 직장이 급여를 온라인을 이용하므로 달마다 아내의 통장에 쏘옥 들어가버린다.어느집이나 아내의 주머니는 한번 들어가면 나올줄 모르는 난공불락의 요색다.

이것이 변화한 시대의 모습이다.좋았던 시절에 연연하지 말고 여성관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하는 시대가 온것이다.딸들도 잘 가르쳐 빛나는 인력이 그득해졌다.그래서 여성인력은 남성인력보다 덜 발굴된 광맥으로 남아있다.여성을 동료와 상사 또는 부하로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면 남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시대에 와있는 것이다.시장 구청장국장 관이관 차관등 고급관리와 중간관리로 더불어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야 신상에 이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하물며 여성부하를 심심하면 조금씩 지분거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옛날 습성은 청산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도대체 어디까지라야 「성희롱죄」에 안걸릴까를 가지고 이구석 저구석에서 수군거리는 남성이 어제오늘 부쩍 늘었다.그러나 변화는 그런 정도로 안된다.이 기회에 우정있는 충고를 준다면 어느 경우든 이제는 동반자로서의 여성을 확실한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귀띔할 수있겠다.『뒤에서 껴안는 것은 성희롱이라니까 가볍게 손을 얹는 것은 괜찮겠지』따위의 궁리는 안하는 것이 좋다.

여시장이나 여자구청장의 탄생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세를 취해야 한다.오늘 같은 시대가 여성을 위해서만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각박한 지구촌 경쟁시대에 살아남자면 우리가 지닌 모든 자원을 남김없이 발굴하여 활용해야 한다.아직도 잠재력이 풍부한 광맥인 여성인력을 활용하여 남성들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비하는 일은 국가사회의 발전전략으로도 지혜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좋다.신선한 여시장 시대의 출발을 그 신호로 삼을만하다.<본사고문>
1994-04-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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