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색의 장 여인,말도 제대로 못해/장영자씨 1차공판 이모저모

병색의 장 여인,말도 제대로 못해/장영자씨 1차공판 이모저모

입력 1994-04-02 00:00
수정 199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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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신문에 신음소리만/방청석 이철희씨 연신눈물

12년만에 다시 법정에 선 장영자씨에게서는 더이상 「큰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지난 82년 법정에서 경제논리를 「강의」하던 당당함이나 지난 2월 검찰에 소환될때 보였던 의연함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1일 하오2시 서울형사지법 423호 법정에서 열린 첫공판에 나온 장피고인은 단지 「죄지은」 한 여인일 뿐이었다.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장피고인은 묵묵부답이었다.재판장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냐』고 거듭 묻자 장피고인은 대답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이때 장씨를 기소한 양인석검사가 『검찰에서 그렇게 고함을 지르더니 (구속된지)70일만에 기운이 다 빠졌나요』라며 직접 심문했다.

장여인은 고통스러운듯 얼굴을 찡그리며 한숨을 내쉰뒤 겨우 들릴락말락하게 『어,어』하며 신음소리만 흘렸다.

재판장은 이대로는 재판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한듯 휴정을 선언했으나 30분뒤 결국 오는 15일로 공판을 연기했다.

교도관들의 팔에 몸을 기대어 법정을 빠져나가는 장여인을 방청석에서 바라보던 남편 이철희씨(70)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구속 70일만에 열린 첫공판은 피고인의 말한마디 지 못한채 이렇게 끝났다.

장씨의 이같은 「실어증」은 재판부의 동정을 유발하기 위한 제스처였을까.아니면 무려 12년간에 걸친 여러차례의 재판과정과 옥살이를 통해 심신이 망가진 탓일까.

지나친 물욕이 부른 종말을 보는것 같은 씁쓸함이 온몸을 짓누른듯 대부분의 방청객들도 말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성종수기자>
1994-04-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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