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트랙터기능공까지 현지인 고용/이익 일부 주민복지에 투자… 이미지 제고
「주방 요리사부터 트랙터 기능공까지 현지에서 해결한다」
(주)대우가 시공 중인 파키스탄의 라호르∼이슬라마바드 고속도로(3백39㎞)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를 만나보기란 어렵다.일용직 단순 근로자까지 한국에서 데려가던 중동 건설현장과는 사뭇 다르다.
자재와 인력을 모두 현지에서 해결하는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를 철저히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대우 양근수 파키스탄 건설본부장은 『해외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이미 영국 수준에 육박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며 『현지화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건설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해외 건설업체들의 사활은 어느 정도나 현지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억달러 규모의 이 공사를 수주할 때도 현지화를 전제로 공사대금의 60%를 현지 화폐로 받는 조건을 파키스탄 국립도로공사에 제시,최종 경쟁자인 이탈리아 업체를 물리칠 수 있었다.실제 건설에 소요되는 인력의 대부분을 현지인을 훈련시켜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7천6백여명 중 한국인은 관리직과 기능직 3백62명에 불과하고 파키스탄인이 7천1백57명이나 된다.그밖에 필리핀인(숙련공)이 1백22명,기술감리와 노무관리를 하는 영국인이 19명이다.
『파키스탄인의 임금은 한국인의 20분의1에 불과한 반면 3개월 정도의 훈련을 거치면 생산성은 한국인의 60%에 육박합니다.한국인은 월 1백30만원에 계약해 놓고 현지에선 2백만원을 요구하기 일쑤여서 인력의 현지화는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필수적입니다』(공기주관리부장)
현지 인력은 신문광고를 통해 모집한다.파키스탄 사람들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노조활동을 확실히 배운 터라 노무관리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고 한다.임금도 다른 나라 업체들보다 많이 주고 숙소에 온수샤워 시설을 갖추는 한편 각 캠프에 제빙시설을 만들어 얼음까지 공급해 주고 있다.노사협의회도 운영,숙소에 조리실과 기도실을 설치하는 등 사소한 문제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기술훈련을 위해 장비의 일부를 아예 교육용으로 배정했다.보조캠프에서 김치를 만들고 멸치를 볶고 찌개를 끓이는 요리사는 메인캠프의 한국인 요리사로부터 훈련받은 파키스탄인이다.
자재 및 그 수송도 현지화의 대상이다.중동 현장의 경우 고급 자재는 선진국에서,철근과 시멘트 등 기초 자재는 국산을 가져다 썼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수송비를 감안하면 그만큼 원가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시멘트와 철근은 현지에서 조달해 쓴다.김치를 담그는 배추도 현지에서 재배한다.자재 수송도 현지 업체에게 맡긴 지 이미 오래이다.
한국인 관리직이 담당하던 대관청 업무도 현지인에게 맡겼다.파키스탄 공병단 준장 출신인 임티아즈 아짐씨가 양근수본부장의 보좌관 역할을 하며 공사수주 및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동네에 공원을 만들어 주고 인근 국민학교에 정기적으로 학용품을 증정하는 등 대민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양본부장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현지화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며 『돈을 벌어 현지에 재투자하고 현지 경제와 주민의 복지에 기여한다는 기업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비용과 정성이 더 들지만 이러한 기업 이미지는 장래의 다른 공사를 수주하는 실적과 직결될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라호르(파키스탄)=함혜리기자>
「주방 요리사부터 트랙터 기능공까지 현지에서 해결한다」
(주)대우가 시공 중인 파키스탄의 라호르∼이슬라마바드 고속도로(3백39㎞)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를 만나보기란 어렵다.일용직 단순 근로자까지 한국에서 데려가던 중동 건설현장과는 사뭇 다르다.
자재와 인력을 모두 현지에서 해결하는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를 철저히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대우 양근수 파키스탄 건설본부장은 『해외 건설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가 이미 영국 수준에 육박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며 『현지화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건설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해외 건설업체들의 사활은 어느 정도나 현지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억달러 규모의 이 공사를 수주할 때도 현지화를 전제로 공사대금의 60%를 현지 화폐로 받는 조건을 파키스탄 국립도로공사에 제시,최종 경쟁자인 이탈리아 업체를 물리칠 수 있었다.실제 건설에 소요되는 인력의 대부분을 현지인을 훈련시켜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7천6백여명 중 한국인은 관리직과 기능직 3백62명에 불과하고 파키스탄인이 7천1백57명이나 된다.그밖에 필리핀인(숙련공)이 1백22명,기술감리와 노무관리를 하는 영국인이 19명이다.
『파키스탄인의 임금은 한국인의 20분의1에 불과한 반면 3개월 정도의 훈련을 거치면 생산성은 한국인의 60%에 육박합니다.한국인은 월 1백30만원에 계약해 놓고 현지에선 2백만원을 요구하기 일쑤여서 인력의 현지화는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필수적입니다』(공기주관리부장)
현지 인력은 신문광고를 통해 모집한다.파키스탄 사람들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노조활동을 확실히 배운 터라 노무관리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고 한다.임금도 다른 나라 업체들보다 많이 주고 숙소에 온수샤워 시설을 갖추는 한편 각 캠프에 제빙시설을 만들어 얼음까지 공급해 주고 있다.노사협의회도 운영,숙소에 조리실과 기도실을 설치하는 등 사소한 문제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기술훈련을 위해 장비의 일부를 아예 교육용으로 배정했다.보조캠프에서 김치를 만들고 멸치를 볶고 찌개를 끓이는 요리사는 메인캠프의 한국인 요리사로부터 훈련받은 파키스탄인이다.
자재 및 그 수송도 현지화의 대상이다.중동 현장의 경우 고급 자재는 선진국에서,철근과 시멘트 등 기초 자재는 국산을 가져다 썼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수송비를 감안하면 그만큼 원가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시멘트와 철근은 현지에서 조달해 쓴다.김치를 담그는 배추도 현지에서 재배한다.자재 수송도 현지 업체에게 맡긴 지 이미 오래이다.
한국인 관리직이 담당하던 대관청 업무도 현지인에게 맡겼다.파키스탄 공병단 준장 출신인 임티아즈 아짐씨가 양근수본부장의 보좌관 역할을 하며 공사수주 및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동네에 공원을 만들어 주고 인근 국민학교에 정기적으로 학용품을 증정하는 등 대민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양본부장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현지화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며 『돈을 벌어 현지에 재투자하고 현지 경제와 주민의 복지에 기여한다는 기업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비용과 정성이 더 들지만 이러한 기업 이미지는 장래의 다른 공사를 수주하는 실적과 직결될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라호르(파키스탄)=함혜리기자>
1994-02-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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