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자원/하지홍(굄돌)

유전자 자원/하지홍(굄돌)

하지홍 기자 기자
입력 1994-02-04 00:00
수정 199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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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심심찮게 활자화되는 용어중의 하나가 생물 다양성 협약이니 멸종동식물 보존이니 하는 것들이다.리우환경회담을 전후해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이같은 용어들은 유전공학에 대한 관심과 궤를 같이하여 「유전자 자원」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게 되었다.

유전자가 어떻게 자원이 되는가?

일례를 들어보자.해방과 더불어 한반도에 진출한 미군이 제일먼저 눈독을 들여가지고 나간 것이 다양한 대두종자라면 믿기지 않을는지 모르겠다.대두의 원산지가 한국과 만주지방이었으나 이제 주산지는 미국의 중서부가 되어버리고 우리는 역수입해서 된장·간장을 담가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온갖 잡동사니들에 대해 지적소유권을 주장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소중한 대두종자를 단 한푼의 로열티도 받지못하고 고스란히 내줘 버린 것이다.

미국 텍사스의 축산업자들은 오래전에 이미 한우와 일본 화우의 종자를 입수하여 개량,증식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쇠고기 전면개방을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는 셈인데 화우종자를 얻는데는 무척 힘이 들었는데 한우는 쉽게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자연의 신비로움은 오랜 세월동안 생물종만큼 다양한 염색체 설계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이 설계도들은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유익하지 않을지라도 과학기술이 더 발달하게 될 다음 세대에서는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것들이다.다양한 변종들을 많이 보유한,즉 유전자 자원을 풍부히 비축한 나라가 장래에는 생물산업에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이제 유전자 자원은 문화재자원이나 광물자원과 같이 실질적인 자원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방기,멸종된 우리 토착 동식물들이 많으나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우리 민물고기 전시회나 야생화 보존회의 활동등은 희망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아직도 남아있는 우리의 유전자 자원들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하잘 것 없어 보이는 들풀 한포기,한마리의 피라미를 살려내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한국삽살개보존회부회장·경북대유전공학과교수>
1994-02-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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