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반·속진제는 신중히(사설)

월반·속진제는 신중히(사설)

입력 1994-01-25 00:00
수정 1994-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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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폐지를 포함한 대학입시 개혁,고교입시 부활등 입시제도를 둘러싼 그간의 혼란스러운 논의들이 교육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일단락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육부는 『현행 입시제도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실시 횟수와 시기 및 계열별 출제등 시행상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특차모집과 복수지원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입시일정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초·중·고에서의 「월반·속진제」운영 방안 등도 내놓음으로써 당분간 입시제도에 큰 변화가 없을것임을 명확히 했다.

교육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대통령도 『새로운 대학입시제도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다소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고등학교 평준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제도의 급격한 변경보다는 다양한 보완방법을 연구하는것이 바람직할것』이라고 말해 성급한 입시개혁론에 쐐기를 박았다.

입시제도의 잦은 변경은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안겨주고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더욱이 올해 처음 실시된 대학입시 제도는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것으로 평가받은 만큼 부분적인 보완·개선만 있으면 좋은 제도로 정착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또한 「고교평준화 제도」는 지난 20년동안 우리 교육의 기본틀이 되어왔다는 점에서 고교입시의 전면부활은 교육의 뿌리를 뒤흔드는 위험을 초래할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부가 입시제도의 손질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 교육정책의 방향을 경쟁력 강화에 맞추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방안들을 모색한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본다.

다만 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 가운데 초·중·고생의 월반·속진제와 교사자격증의 유효기간제는 그 도입취지의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제도 시행전에 충분한 검토와 부작용에 대한 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특히 우수학생들이 학년을 건너뛰어 진학하는 월반제와 능력별 반편성을 통해 교과과정·학습진도를 차별화하는 속진제는 학부모들에게 지나친 경쟁심을 유발하여 국민학교에서부터 뜨거운 과외바람이 불게 할수 있으며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막고 그들에게 정서적 장애와 좌절감을 안겨줄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것이다.



물론 월반·속진제는 우수학생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강한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바람직한 제도다.따라서 평준화의 큰 골격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도입,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도입이 불가피하다.그러나 이 제도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개인차에 따른 교육을 실시할수 있는 교육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하며 평가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도 확보돼야 할것이다.
1994-01-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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