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족 수레 복원길 열린다

백제왕족 수레 복원길 열린다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4-01-13 00:00
수정 199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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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서 발굴된 나무조각 용도 규명 계기/“직경 140∼150㎝ 수레바퀴 조각” 결론/전문가,“농사용보다 커 귀족의 용품”/인근 부소산성서 수레용 금동장식도 발굴… 가능성 높여

사비시대(AD538∼660년) 백제의 왕이 타던 수레의 바퀴인가,아니면 평범한 농사용 오차의 바퀴였을까.국립부여박물관이 지난해말 부여 궁남지에서 발굴한 수레바퀴의 용도에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수레바퀴는 지난해 12월29일 궁남지 발굴작업 당시에는 목선의 부재인지 바퀴조각인지가 채 규명이 되지않았다.함께 출토된 특이한 형태의 새(조)모양목기에 관심이 집중되어 가치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최근 부여박물관의 실측 결과 이 나무조각은 직경 1m40㎝∼1m50㎝짜리 대형수레바퀴의 부재라는 결론을 얻었다.이는 삼국시대 유적가운데서 최초의 수레바퀴로 밝혀졌다.

한국 고대사회의 수레는 현재 두방향에서 찾아볼수 있다.첫번째는 4세기 중반의 안악3호분등 모두 10여개가 고구려 벽화고분에서 나온다.또 하나는 기원전 1∼2세기 위만조선시대의 마차.이것은 일본 와세다대학의 오카우치 마쓰다네교수가 위만조선시대의 차축이 발굴되자 이를 근거로 1979년에 당시의 마차를 추정해 복원한 그림이다.

고구려 벽화고분의 수레와 마쓰다네가 복원한 위만조선의 수레는 모두 두바퀴 짜리로 매우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다만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수레는 모두 한마리의 소가 끄는 반면 위만조선의 수레는 두마리의 말이 끈다.또 햇빛가리개가 고구려 것은 넓은 채양을 단 반면 복원된 그림에서는 일산을 달고 있다는 점만이 다르다.

서울대고고학과 최몽용교수에 따르면 이같은 형태의 수레는 한대의 것이 한반도에 들어온뒤 위만조선과 낙랑을 거쳐 삼국시대까지 일반적인 왕족 또는 귀족들이 타는 수레의 모델이 되었다는 것이다.따라서 백제시대 당시에도 왕 또는 귀족이 타던 수레라면 이와 비슷한 모양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문제는 궁남지에서 출토된 바퀴가 높은 신분층이 타던 수레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다.이에대해 신광섭부여박물관장은 『농사용 수레는 수레바닥이 낮아야 짐을 싣고부리기에 편하기 때문에 바퀴의 높이 또한 1m20㎝ 안팎인 것이 보통』이라고 말한다.그러면서 『아직은 무어라 확언할수는 없지만 고구려벽화에 나오는 수레바퀴를 소의 크기와 비교하면 축척상 농사용보다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궁남지의 바퀴는 일단 높은 신분의 사람이 쓰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최근 부여문화재연구소가 부여 부소산성에서 발굴한 금동일산살대투겁(김동개궁모)의 한자 뜻은 수레에 달린 일산꽂이장식이라는 점에서 이 수레바퀴와 관련해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이 일산꽂이장식은 특히 그 정교함과 화려함에서 적어도 왕족 이상 신분을 가진 사람의 용품으로 추정된다.또 궁남지는 백제의 왕궁터로 전해지는 옛부여박물관 자리에서 일직선상에 자리잡은 이궁의 정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때 궁남지 수레바퀴의 발굴은 비록 4조각의 나무조각에 불과하지만 사비시대 백제왕족의 화려한 수레를 복원할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서동철기자>
1994-01-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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