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핑퐁식 수정제의/구본영 북한부 기자(오늘의 눈)

남북의 핑퐁식 수정제의/구본영 북한부 기자(오늘의 눈)

구본영 기자 기자
입력 1993-06-17 00:00
수정 199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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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끊겼던 남북간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우리측이 제안했던 실무접촉이 제의와 수정제의라는 핑퐁게임만 거듭하면서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고있다.26일동안 양측이 모두 6차례의 제의와 역제의를 주고 받았으나 아직도 언제 접촉이 성사될지 가늠할 수없는 실정이다.

북한이 제의한 15일자 실무접촉을 사실상 수락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낸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통일원등 우리측 관계자들은 대부분 북측이 이번 만큼은 수락,대화가 이루어 질것으로 예상했었다.그도 그럴 것이 우리측이 종전까지 최우선 과제로 못박았던 「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문제」를 의제로 명시하지 않는등 북측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은 아무런 반응없이 버티다 회담 예정일인 15일 하오 핵문제 해결없이 특사교환만을 의제로 다룰 것을 다시 고집하며 회담날짜를 아예 24일로 미루자는 수정제의를 해왔다.

더욱이 북측의 전통문에는 『조·미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바처럼 우리와 미국은 서로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자주권을 존중하는등의 원칙들에 준하여 대화를 계속키로 했다』는등 우리보다는 미국과의 핵협상을 더 중시하는 듯한 오만함이 잔뜩 배어 있었다.결국 대화를 먼저 제의하고 그동안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회담형식과 의제 양면에서 계속 양보를 해왔던 우리측만 머쓱한 꼴이 됐다.북측의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 제의 자체가 핵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전술에 다름 아닌데도 우리측이 빠져들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내 적극적인 대화론자들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달팽이처럼 「우리식 사회주의」의 울타리 속에 웅크리고 있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선 한파보다는 따뜻한 햇볕이 더 효과적이다』고 반박한다.우리측이 「맏형」의 입장에서 한발짝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남북대화를 둘러싼 양측의 핑퐁게임을 보면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측이 아우를 둬도 아주 고약한 아우를 뒀다는 사실이다.우리측이 대화를 서둘러 제의하기에 앞서 북한측이 지금과같은 반응도 보일수 있다는 것까지 충분히 연구했는지를 자성해 볼 일이다.
1993-06-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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