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공무원의 「개혁」 체험기/이동일 서울 성북구청 건축과·7급

말단 공무원의 「개혁」 체험기/이동일 서울 성북구청 건축과·7급

입력 1993-05-28 00:00
수정 199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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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비리·「편법」은 옛말

정부의 「성역」없는 개혁과 사정이 한창인 요즘 일선 공무원들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위로부터의 개혁」속에서 과거 비리와 부조리가 끊이지 않던 건축·위생등 이른바 10대 취약민원부서에서 일하는 우리 하위직공무원들은 하루하루 그 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게 선배나 동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래서 개혁은 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듯 보이지만 실제 아래에서도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인·허가업무가 많은 건축직의 경우 과거 비리나 부조리가 많은 분야로 늘 주목의 대상이었던게 사실이다.

그것은 조그만 집이든 큰 건물이든 건축에는 많은 돈이 흘러다니고 돈이 있는 곳에 비리가 있는 것이 당연시됐던 우리사회의 현실때문에 비롯됐다고 본다.

집이나 빌딩을 지을때 일부 사람들이 쫓아다니면서 돈을 줬다든지 윗사람이나 외부의 압력·청탁등이 적지 않았다든지 하는게 모두 그런것들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리」는 밖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의 20분의 1에도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어쨌든 지금 개혁의 물결속에서 우리들은 모든 일을 「원칙」대로 처리하고 있다.이전에 원칙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이제는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은 시키지도 하지도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검은 돈의 거래나 청탁·외압등도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개혁과 사정이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같다.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업무의 처리기준이 엄격해지고 감사가 강화된 이유도 있겠지만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부의 개혁작업을 전폭지지한다는 뜻에서 일을 공명정대하게 처리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최대한 주민의 편의가 보장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보이고 있다.

건축허가등을 위해 구청을 찾는 사람들도 「편법」을 쓰지 않고 모든 일을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편법」이 통하지도 않고 쓸수도 없게끔 달라진 것이다.

대신 민원인들의 목소리는 드세져 일선공무원들의 사기를 종종 꺾곤 한다.『힘센 사람들이 줄줄이 잡혀들어가는 판인데 말단공무원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억지를 부리거나 사무실에서 호통을 칠때는 비애마저 느낀다.

민주화 과정이려니 하지만 행정관청에서 해주지 못할 일을 해달라거나 법을 넘어서는 일을 강요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업무량의 폭주로 아침 8시에 출근해 밤11시 넘어 퇴근하는 날이 많아진 요즘 가끔씩 갖는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얘기한다.

『옛날이 좋았다』든가 『다른 부서로 옮기고 싶다』든가 하는 말들이다.

그러면 한구석에서 「청렴」으로 존경받는 한 고참직원이 넌지시 말한다.『어렵더라도 떳떳한 공직자로 남아 더 좋은 앞날을 만들자』고.
1993-05-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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