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성계/결혼후 처녀때 성 유지문제 부상

미 여성계/결혼후 처녀때 성 유지문제 부상

김수정 기자 기자
입력 1993-03-28 00:00
수정 199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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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레이디 힐러리여사 「…로드햄…」 부기로 이슈화/전문직·만혼여성 중심으로 증가/여권운동 영향… 전통 성관습 붕괴/급진론자 “부계중심 사회에선 어떤 성도 차이없을 것”

우리나라 여성들이 들으면 뿌듯해(?)할 논쟁거리가 최근 미국 사회에서 부상되고 있다.여성들이 결혼과 함께 자신의 성을 버리고 남편의 성을 따르는 관습이 있는 미국에서 최근 결혼후에도 자신의 성을 고수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고 있는것.

미 클린턴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의 중간 이름이자 처녀때 성인 「로드햄」에서 따온 이른바 「로드햄문제」.미국에서 변호사·의사등 전문직여성들사이에 결혼후 자신의 성을 계속 갖고있는 경우는 생소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그러나 미대통령선거과정에서 힐러리가 클린턴과 결혼후 7년간이나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은 사실이 화제가 된데다 현재 힐러리와 퀘일전부통령의 부인 마릴린이 공식적 서명시에 중간이름으로 로드햄과 터커라는 원래성을 여전히 쓰는 것에서 여성계의 핫이슈로 부상했다고 최근 뉴욕 타임즈지는 전한다.

비공식적 통계이긴 하나 결혼후에도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는 미국여성의 수는 전문직여성과 늦게 결혼한 여성들을 필두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91년 미잡지「신부」가 약혼 상태의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예비신부의 29%가 결혼후 자신의 성을 버리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코네티컷주 뉴밀포드 결혼 상담소협회장 제롤드 모나건씨는『과거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이라는 전통관습의 벽에 부딪쳐 남편의 성을 자연스레 받아들였으나 70·80년대 이후 여권운동의 영향으로 직업적으로 확고한 터를 닦은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미국여성들이 결혼과 함께 자신의 성을 유지하느냐 버리느냐를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다.지역적인 특성,커플의 나이,여성의 직업적인 성공정도,소득및 교육수준등이 있는데 이혼이 빈번한 탓으로 「몇번째 결혼」이냐도 큰 결정요인에 포함된다.자신의 성을 계속 사용하는 방법도 자신의 처녀적 성을 그대로 쓰는것,자신의 성을 남편의 성과 하이폰(­)으로 연결하는법,또는 자신의 성을 중간이름자로 삽입해 사용하는 방법등이 있다.또 직업적으로는 자신의 성을 사용하고 사교적인 사회생활에서는 남편의 성을 쓰는 등의 방법도 동원된다.

남편의 성을 따른다는 입장을 취하는 여성들은 그 이유로 남편의 성을 사용함으로써 결혼했음을 남들에게 알릴 수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또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을 경우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같은 성을 갖게 됨에 따라 아이들로부터 소외될것을 우려하는점등도 꼽는다.

이처럼 「로드햄문제」즉「결혼과 성」에 대한 여성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급진 여성운동권자들 사이에는 부계중심사회라는 근본문제에서 이같은 일이 비롯된다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즉 자녀들이 어차피 아버지의 성을 따라 가고 여성의 성 역시 아버지로부터 받는 이상 남편의 성을 따르고 따르지 않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김수정기자>
1993-03-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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