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대보수 「힘겨루기」서 또 패북/비상통치 전격 철회의 속사정

옐친,대보수 「힘겨루기」서 또 패북/비상통치 전격 철회의 속사정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03-25 00:00
수정 199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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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대응수단 전무… “화해 손짓”/국민무관심에 신임투표도 부담/의회호응도 따라 대타협 가능성도

24일 옐친대통령의 비상통치선언 철회는 파국으로 치닫던 러시아정국을 수습하기 위한 마지막 화해의 제스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또 의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옐친이 밀리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옐친은 이날 대통령포고령을 공식발표하기 직전까지만해도 의회에서 탄핵을 받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더구나 자신의 비상통치에 따르지 않는 관료들은 즉시 해임할 것이라는 또다른 포고령을 발표,엄포를 놓기까지 했었다.

옐친의 이러한 강경자세는 그러나 예정대로 의회가 26일 그에 대한 탄핵을 결의했을 때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의회의 탄핵결의는 곧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의 대통령직 승계로 이어진다.

한 나라에 두 대통령이 존재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한 옐친으로서는 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결국 대통령직만큼은 합법적으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비상통치 철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옐친의 비상통치 철회로 러시아정국은 한가닥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의장이 이끄는 국가최고회의는 26일 임시인민대표대회를 소집하되 옐친에 대한 탄핵절차는 늦추거나 다루지 않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보혁대타협의 가능성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옐친은 그동안 팽팽하게 맞서왔던 의회와의 힘겨루기에서 한발 물러선 꼴이 됐다.

앞으로 더욱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는 오는 4월2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만큼은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그러나 여론의 향배와 의회의 차후공세강도에 따라 실시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비상통치마저 포기한 마당에 옐친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자신을 지지하는 언론을 통해 반의회여론을 조성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지금 러시아에서 옐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루츠코이부통령의 거취가 매우 주목되고 있다.

현재 옐친이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국민투표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은 정작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국민투표에 최소한 절반이상의 참가를 확보하려면 국민적인 인기도가 옐친을 앞지르고 있는 루츠코이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옐친과 루츠코이사이에 차기대통령승계 문제를 놓고 모종의 타협이 벌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의 타협여부에 따라 러시아의 장래가 좌우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옐친이 개혁초기에 헌법에 손을 대지 못하고 시간을 허송한 결과가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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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헌법이 의회에 헌법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주고 있었던 맹점을 간과한 결과라 할수 있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03-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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