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칼자루 장악” 노린 뜸들이기/UR협상 시한 연장결정의 배경

미,“칼자루 장악” 노린 뜸들이기/UR협상 시한 연장결정의 배경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3-02-13 00:00
수정 199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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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일 등과 쌍무협상이 유리” 판단/NAFTA 마무리 위한 시간 벌어

한국이 11일 유럽공동체(EC)와의 무역회담에서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시한을 연장키로 한것은 새로운 국제무역체제가 미국에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토록 하기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키 캔터 미국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EC의 리온 브리턴 대외무역위원장과 회담을 가진뒤 『클린턴행정부는 UR협상시한의 연장을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고 브리턴위원장도 『미국의 연장 방침을 EC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측은 오는 3월2일로 끝나게 돼있던 협상시한을 어느정도 연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회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6∼9개월 가량이 될것으로 전망했다.미국의 행정부가 단독으로 협상시한을 정할수 없는것은 미국의 헌법이 대외통상의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고 행정부는 의회가 위임하는 범위안에서 통상업무를 수행할수 있기때문이다.

지난 86년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라 새로운세계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시작된 UR협상은 지난91년 이미 2년동안 1차시한을 연장했었다.

이에따라 다음달 2일까지는 협상을 매듭지어야 오는 6월1일까지 새로운 UR안을 마련할수 있게 돼있다.

UR협상은 지난해 부시행정부 말기에 거의 합의에 도달했으나 미국과 EC가 타협한 EC의 농업보조금 제한조치를 프랑스가 완강히 거부함으로써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었다.특히 프랑스는 국내 선거가 3월로 예정돼 있어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정치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처지였다.따라서 UR협상이 당초 시한대로 타결될 가능성은 이미 희박해졌으며 시한연장이 불가피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은 클린턴행정부가 시한연장의 주도권을 쥐고 UR협상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은 자유무역주의를 추구할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기회있을 때마다 「공정한 무역」을 강조,『불공정한 무역에 대해서는 상응한 조치를 취할것』임을 천명해왔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와타나베 미치오 일본외상을 면담한뒤 『양국관계가 보호무역주의로 가서는 안된다는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힌뒤 대일무역적자를 줄여나가야 함을 강조해 이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미국은 UR타결을 위한 둔켈협상안에 대해 부시행정부때도 『지적소유권의 보장이 미비하며 공정한 무역을 위한 강력한 시장개방 장치가 강구되어야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클린턴행정부가 출범한뒤 대외통상은 물론 외교도 미국경제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에 따라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더욱 확고하게 되었다.

클린턴행정부의 이러한 통상정책은 지난번 한국을 비롯한 EC등 철강수출 19개국에 대해 무더기 반덤핑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것과 통신·전력·수송분야 정부구매에서 EC제국의 제품을 구입할수 없도록한 조치등으로 구체화 되었다.이와함께 일방적으로 무역보복조치를 할수 있는 슈퍼301조의 부활,무역협정의 준수를 보복장치와 연결한 무역협정이행법안등 보호무역주의의 통상입법을 의회를 중심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의 이번 UR협상시한연장은 UR타결을 일단 미룸으로써 EC·일본등 주요 통상상대국과 쌍무협상을 통해 미국이 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시간을 벌고 이같은 협상결과가 UR 최종타결안에 적극 반영되도록 한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할수 있다.뿐만 아니라 클린턴행정부가 당면한 시급한 통상현안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보완협정을 캐나다및 멕시코와 체결하는데 전념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외통상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클린턴행정부의 라인업도 아직 미비된 상태에서는 「선NAFTA 후UR」의 수순을 밟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캔터대표가 이날 회담후 『나쁜 협상보다는 안하는게 더 낫다』고 언급한 것은 UR의 협상방향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할때까지 뜸을 들이고 그동안 「무역보복」의 칼자루를 이용해 무역상대국이 자신들의 주문에 부응하도록 한다는 클린턴행정부 전략의 일단을 보인 것이라고 할수있다.그러나 미국도 새로운 무역질서를 창조하는 UR협상을 마음대로 지연시킬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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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02-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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